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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황당주장 "스마트폰, 태블릿 키보드 특허권 있다"

법적 대응 여부 묻자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 일본 기업이 스마트폰·태블릿에 널리 쓰이는 외장 키보드에 대한 특허를 주장하고 나섰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8일 오전, 한 일본 기업이 교도통신 보도자료 서비스인 PR와이드 등을 통해 특이한 보도자료를 내놨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쓰이는 키보드 관련 특허를 취득했으며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많은 제품들이 이 특허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체 제조·판매하는 키보드에는 특허 사용권 허가 스티커를 붙여서 판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보도자료를 내놓은 기업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본사를 둔 ADC테크놀로지다. 회사 소개 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99년 4월에 세워졌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주변기기 개발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디지털TV 관련 특허나 무선통신 검침시스템(텔레메트리), 소프트웨어 배포 시스템 등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다.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와 ‘정면충돌’

이날 ADC테크놀로지가 취득했다고 밝힌 특허는 일본 특허 제5524148호 ‘컴퓨터 장치’, 제5149336호 ‘컴퓨터 시스템 및 이 컴퓨터 시스템에 쓰이는 키보드’ 등 모두 두 가지다. 이 중 제5149336호 특허에 대한 이 회사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잠시 빌어서 쓸 때 키보드가 손에 익지 않아 쓰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라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와 키보드를 제공하겠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대체 어떤 키보드가 ‘쓰기 편한’ 키보드인가. 이에 대한 ADC테크놀로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휴대를 목적으로 접어 다닐 수 있어야 하며 키보드를 연결하면 이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을 모니터에 보여주어야 한다. 단 이때 모니터는 PC 뿐만 아니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이어도 상관 없다” 한 마디로 지금 시장에 흔하게 나와 있는 거의 모든 무선 키보드가 여기에 해당된다.

ADC테크놀로지가 공개한 특허 제5524148호에 대한 설명.

(Picture courtesy of ADC Technology)

특허 제5524148호 ‘컴퓨터 장치’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ADC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상황에 맞게 쓰고 싶은 키보드로 전환할 수 있는 장치이며 해당 기능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는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기능”이라고 한다. 실제로 애플 아이패드 에어2의 스크린 키보드로 문장을 입력하다 외부 키보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화면에서 키보드가 사라지고 외부 키보드의 입력을 받는 식으로 작동한다.

“유·무선 모두 해당, 현재는 ‘고지’ 단계”

그렇다면 USB 방식으로 연결하는 유선 키보드는 이 두 가지 특허에서 자유로울까. 이에 대해 ADC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씨넷코리아와 전화통화에서 “데스크톱PC나 태블릿, 투인원, 스마트폰 등 컴퓨터 기기와 연결되는 외장형 키보드라면 2.4GHz 무선이나 블루투스 등 무선 뿐만 아니라 USB 케이블을 연결하는 키보드까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OTG(온더고) 케이블을 연결해 쓰는 경우도 특허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일본 시장만 해도 일본 국내 업체는 물론 미국, 중국 등 각 업체가 유·무선으로 연결해 쓸 수 있는 스마트폰·태블릿을 내놓고 있다. 보도자료에서도 ‘특허에 저촉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 회사의 의도는 뭘까.

ADC테크놀로지가 일본에서 취득한 특허는 유선 외장형 키보드에도 해당된다.

ADC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이번 보도자료 배포는 우리(ADC테크놀로지)가 해당 특허를 취득했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해당 특허를 이용해 실제로 제품을 만들 기업을 찾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해당 특허를 이용하는 기업에 대해 이용료 청구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닫아 놓지는 않은 상태다. 특허 이용료를 내고 있는 기업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한편 ADC 테크놀로지가 취득한 특허는 현재 일본 내에서만 적용된다. 한국에서 이 특허를 인정받고 싶다면 특허청이 2014년 1월 6일부터 운영하는 우선심사제도인 ‘특허심사하이웨이‘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다. 또 한국 국내에서 이와 같은 특허를 출원중이거나 취득한 기업은 없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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