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프로젝터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LCD, DLP 혹은 LCOS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는 프로젝터의 방식을 표현하는 용어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레이저’다.
프로젝터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화면 크기 대비 비용이 가장 저렴한 디스플레이 장치다. 70인치 TV보다 저렴하면서 100인치 이상의 극장같은 대형 화면을 집에서 만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프로젝터보다 TV를 보다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사용이 간편할 뿐 아니라 야간이 아닌 주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설치에도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저 프로젝터는 기존 대비 화질은 말할 것도 없고 램프 수명 역시 더욱 오래갈 뿐만 아니라 TV처럼 곧바로 켜고 끌 수 있게 된다. 이미 엡손, 파나소닉, 소니 등 전 세계 내로라 하는 프로젝터 업체들이 레이저를 광원으로 하는 차세대 프로젝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이저 프로젝터란 무엇인가?
레이저 프로젝터는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구조 자체는 전통적인 프로젝터와 다르지 않다. 단지 빛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의 차이다.
프로젝터의 원리는 단순하다. 영상 데이터를 빛으로 쏘아내고 그것을 RGB 색상을 낼 수 있는 각종 필터를 통과시켜 색상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이 확대 렌즈를 통과하면 큰 화면이 만들어진다. LCD나 DLP, LCOS 등은 빛을 어떤 소재의 필터를 사용해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차이일 뿐 기본 원리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이때 영상 데이터를 빛으로 쏘아내기 위해서 강력한 광원이 필요하다. 광원으로 지금까지 가장 범용적으로 쓰인 것이 바로 수은램프 혹은 제논램프다. 이러한 램프는 강력한 빛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지만, 충분한 빛을 내는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빛을 내는 촉매가 다 떨어지면 수명이 끝나는 단점이 있다.
레이저 프로젝터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다. 광원으로 수은램프가 아닌 레이저를 사용함으로써 즉각적으로 켜고 끌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명 역시 약 10배 이상 늘어난다.
흔히 레이저 프로젝터라고 하면 빛 대신 레이저를 스크린에 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그것은 확실히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이저 프로젝터라는 표현도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닌 셈이다. 마치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TV를 LED TV라고 부르는 것 처럼, 레이저를 광원으로 해서 레이저 프로젝터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프로젝터, 더 이상 한계는 없다
레이저 프로젝터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기존 프로젝터의 경우 램프는 오로지 백색광 만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가 화면을 보기 위해 필요한 빛의 색상은 빨강과 파랑 그리고 녹색 뿐이다. 프로젝터에서는 이러한 색상만 뽑아내기 위해 각종 필터를 통과시켜 백색광으로부터 이를 분리해낸다. 빛의 스펙트럼으로 볼 때 이 과정에서 노랑, 보라, 주황, 남색 과 같은 파장의 영역이 날아가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딘가에 가로막혀서 흡수되거나 산란된다.
반면 레이저 프로젝터는 정확히 빨강, 파랑, 녹색의 파장을 가진 빛만 만들어낸다. 당연히 같은 소모전력으로 더 많은 필요한 빛만 정확히 만들어낼 수 있다. 낭비되는 빛이 없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한결 줄어든다.
이같은 효율성이 주는 잇점은 프로젝터의 밝기하고도 연결된다. 같은 전력소모로 더 많은 빛을 낼 수 있다면, 당연히 밝기도 더 밝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터의 가격은 밝기, 다른 용어로 ANSI 하고 매우 정비례한다. 밝으면 밝을수록 주변 조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화면이 더욱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인다.
레이저는 인위적으로 어떤 빛의 파장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색 영역도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우리가 보통 모니터나 프로젝터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RGB나 어도비RGB와 같은 범용적인 색 영역을 뛰어넘어 현존하는 가장 넓은 색영역 표준인 Rec. 2020까지 표현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적어도 색감 면에서 레이저 프로젝터가 TV보다 훨씬 더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밖에 레이저를 광원으로 쓰게 되면 프로젝터를 TV처럼 곧장 끄고 켤 수 있게 된다. 프로젝터를 구입해놓고도 잘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켜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다. 게다가 이러한 빠른 반응속도는 동적명암비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수명의 비약적인 증가다. 보통 수은 램프의 사용 보증 시간은 2~3천시간 정도다. 그러나 레이저 프로젝터의 수명은 3만시간(엡손 LS10000 기준)에 달한다. 램프 교체 비용이 30~50만원 가량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정적으로 약 300~500만원은 아낄 수 있게 된는 것이다.
레이저에 맞으면 위험하지 않나요?
보통 레이저를 광원으로 하는 프로젝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안전이다. 우리가 하도 어린 시절 레이저를 맞고 사망하는 악의 무리를 많이 봐서 드는 편견일수도 있지만, 실제로도 레이저는 강도에 따라 안구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레이저 프로젝터를 개발하는 회사들의 이야기는 일단 안전하다는 것이다. 엡손 측은 “렌즈에 투사되는 레이저는 미국에서 2급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직접 렌즈를 장시간 응시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레이저 프로젝터를 만들고 있는 또 다른 회사인 크리스티 역시 “기존 램프 기반의 고휘도 프로젝터와 비교해서 레이저 프로젝터가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당연히 태양도 오랫동안 직접 응시하면 안구 건강에 치명적이다. 중요한 것은 빛이 얼마나 집중되는가다. 아무리 빛이 강하다고 해도 프로젝터는 그 빛이 렌즈를 통과해 확대되서 큰 스크린에 뿌려진다. 만약 레이저 프로젝터의 렌즈 바로 앞에 눈을 장시간 갖다 대고 있으면 자칫 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 프로젝터 역시 마찬가지다.
레이저 프로젝터에 대한 또 다른 지적 중에는 일명 스파클이라고 불리는 반점 현상이 있다. 일부 레이저 프로젝터를 벽에 투사했을때 육안으로 하얀 반점같은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든 레이저 프로젝터가 같은 현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 광원 프로젝터 연합(LIPA)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개발자들이 이러한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가격 절감을 위한 혁신 : 하이브리드 레이저 프로젝터
레이저 프로젝터는 기존 제품 대비 명확한 잇점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최첨단 기술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가격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레이저 프로젝터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레이저로 빨강, 파랑, 녹색과 같은 세 가지 색상을 따로 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색상을 낸 다음 그것을 기존 방식으로 필터 처리해서 색상을 내는 것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제조단가도 많이 낮출 수 있다.
가령 올해 초 출시된 엡손의 LS10000의 경우 두 개의 블루 레이저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채택했다. 두 개의 블루 레이저 광원이 하나는 블루 색상을, 다른 하나는 그것을 분리해 레드와 그린을 만들어내는 형태다. 물론 그렇게 가격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LS10000의 가격은 1천만원대에 달한다.
소니, 카시오, 파나소닉 등도 유사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레이저 프로젝터를 내놓고 있다. 레이저와 형광체를 결합해서 만들거나 혹은 레이저와 LED, 그리고 형광체를 결합하는 형태를 띄기도 한다. 가정용 뿐만 아니라 디지털 샤이니지와 같은 산업용 프로젝터 역시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많이 쓰인다. 크리스티의 경우 극장용 프로젝터에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레이저를 광원으로 하는 기술은 그동안 프로젝터가 가지고 있었던 한계점을 극복하는 혁신적인 기술임에 분명하다. 물론 당장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불과 10여년전에 1천만원을 주고 구입한 50인치 PDP TV가 지금은 100만원도 안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