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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액티브X에 '사망선고' 내리다

액티브X의 망령 떠나지 않은 한국 인터넷 환경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세대 브라우저 ‘엣지’에서 액티브X와 툴바를 완전히 몰아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시간으로 6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개발팀이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액티브X·브라우저 헬퍼 오브젝트 몰아낸다

엣지 개발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웹브라우저 엔진에서 쓸모 없어진 코드 22만 줄 이상을 완전히 들어내고 다른 웹 브라우저처럼 웹 표준을 따르도록 49개의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들어낸 기능 중 대표적인 기능이 바로 액티브X와 브라우저 헬퍼 오브젝트(BHO)다.

액티브X는 1996년 처음 등장한 기술이고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윈도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플래시를 보여주는 데 쓰이는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 플러그인이다.

브라우저 헬퍼 오브젝트는 1997년 등장한 기술이며 인터넷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연계해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쓰였다. 각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인터넷 툴바 등이 이 기술을 썼다.

“더 이상 외부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겠다”

엣지 개발팀은 액티브X를 더 이상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액티브X를 써야 할 필요성이 HTML5 시대에 접어들면서 줄어들었다. 엣지 브라우저는 PDF 뷰어 기능을 기본 내장할 것이며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도 기본 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티브X는 특히 국내에서 오·남용이 심각하다. 따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할 필요 없이 웹브라우저 안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은 개발자나 서비스 제공자에게만 편리한 방식이다. 더구나 액티브X는 이용자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설치’를 누르는 나쁜 습관을 들여 악성코드를 배포하는 온상이 된지 오래다.

간단한 쇼핑에도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암호화 프로그램, 결제 프로그램을 줄줄이 설치해야 하는 짜증스러움, 결제 도중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강제종료되어 처음부터 모든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편함은 한국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심지어 가상PC에서 인터넷 뱅킹을 실행하면 “가상 환경에서는 보안상 문제로 실행이 불가능합니다”라는 에러메시지까지 뜬다.

브라우저 헬퍼 오브젝트 역시 번역 기능, 캡처 기능, 가격 비교 기능, 실시간 바이러스 감시 기능 등 여러 유용한 기능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통합해 쓸 수 있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시작 페이지를 제휴 페이지로 바꾸고 인터넷 이용을 감시하며 팝업창을 자꾸 띄우는 스파이웨어가 넘쳐난다. 두 기술 모두 20년 묵은 낡은 기술인데다 어떤 보안상 문제가 숨어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액티브X 못쓰니 따로 프로그램 설치해라?”

10여 년 전인 2003년만 해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한국은 은행에만 들어갔다 나와도 자동으로 보안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굳이 백신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액티브X가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조차 낡고 문제가 많은 기술이라며 액티브X를 걷어찼다.

액티브X는 이제 버전 11에 멈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나 쓸 수 있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하지만 액티브X를 쓰지 말라고 하니 따로 EXE 파일을 받아서 설치하라는 조삼모사식 대처는 인터넷 이용자의 분통을 터뜨렸다. 익스플로러 안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띄우는 위험한 행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지디넷코리아 6일 보도에 따르면 엣지에서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사이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4월 ‘액티브X 개선방안‘이라는 것을 내놓았지만 이미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은 기대를 버린지 오래다. 액티브X의 망령은 여전히 한국을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바로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회자되는 속어 ‘노답’(답이 없다)이 아닐까.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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