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 영화 중 단연 최고봉…할리 베일리부터 멜리사 맥카시, 하비에르 바르뎀 명품 연기까지
(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2019년 디즈니는 실사 영화 주인공 <인어공주>에 미국 가수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다. 디즈니측과 롭 마샬 감독은 그녀가 인어공주 OST인 ‘Part of Your World’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점, 그리고 에리얼을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연기 가능성에 배팅을 걸었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논란이 가시질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유색인종 여성이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을 맡았다는 이유였다.
팬들은 분노했다. 첫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는 찬사 보다는 조롱이 대다수였다. 지난 17일 공개된 뉴진스 다니엘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는 온라인에서 '진정한 인어공주가 나타났다'며 할리 베일리 캐스팅 논란이 지속됐다.
그렇게 약 4년이 흘렀다. 당시 10대였던 할리 베일리가 20대가 됐다. 24일 긴 논란 속 할리 베일리와 디즈니 결과물이 전 세계 공개된다. 미리 이야기 하자면, 할리 베일리와 디즈니. 사고 단단히 쳤다.
■ 할리 베일리 ‘Part of Your World’부터 ’언더 더 씨’까지…20분 만 모든 편견 ‘무장해제’
디즈니와 할리 베일리에겐 모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영화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들에게 남은 카드는 빨간머리 백인으로 묘사됐던 1989년작 애니메이션 '에리얼'을 넘어서야 하는 큰 벽이 존재했다.
영화 <인어공주>는 늘 바다 너머 세상을 꿈꾸던 모험심 가득한 인어공주 ‘에리얼’이 폭풍 속 조난당한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를 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 에리얼은 금지된 인간 세상 속 그를 만나기 위해 빌런 '울슐라'와 손을 잡는다. 울슐라 마법으로 다리를 처음 얻게 된 에리얼은 에릭 왕자를 만나기 위해, 바다 위 육지 속 인간 세상을 처음 마주하기 위해 발을 옮긴다.
이 이야기는 1989년 공개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별반 다르지 않다.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은 2019년 실사 영화 <알라딘>과 크게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빌런을 주인공으로 독특하게 풀어낸 <크루엘라>와 같은 신선함은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수십년 간 증명된 이야기 <인어공주>를 당당하게 그려낸다. 이는 마치 4년 간 고생하고 인내해온 할리 베일리와 흡사하다.
에리얼이 첫 등장할 때 모습은 상당히 어색할 수밖에 없다. 수십년 간 알고 있었던 우리 에리얼 모습이 아니어서다. 사람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2023년이어도 마음 속 에리얼을 지우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강력한 편견은 할리 베일리가 부르는 ‘Part of Your World’가 처음 영화관 안에 울려퍼지면서 우리 안에 쌓여있던 높디 높은 장벽이 허물기 시작한다. 정점은 1990년 디즈니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쥐어준 ‘언더 더 씨(Under the Sea)’가 시작될 때다. 징그러운 세바스찬 모습도, 할리 베일리에 대한 낯선 모습은 명곡이 우리 귓속을 파고들을 때 심장과 마음 속에 자리잡았던 편견도 한 방에 무너지게 된다.
바다 속 풍경은 그야말로 디즈니 CG 정점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아카데미 상에 빛나는 언더 더 씨 장면은 실사와 CG가 빚어낸 아름다운 하모니와도 같다. 놀라울 정도로 배경과 CG 캐릭터들, 배우들이 조화롭게 하나로 뭉쳐 만드는 합주는 폭발하는 장면이 난무하는 액션영화 장면들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감동을 선사한다.
■ 빌런 ‘우슬라’ 역 멜리사 멕카시부터 하비에르 바르뎀까지…명품배우 열연의 장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강렬한 빌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빌런인 ‘크루엘라 드 빌’부터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 ‘그림하일드 왕비’가 대표적이다.
빌런 역인 ‘우슬라’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멜리사 맥카시’는 영화 속 그녀 인생 최고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아니, 디즈니 실사 영화 속 최고 빌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파이> <고스트버스터즈>와 같은 코미디 영화에서 보여줬던 연기와 다른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그녀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절반은 인간, 절반은 문어 모습을 한 우슬라는 후반부 에리얼과 에릭과 전투를 벌이는 씬에서 디즈니 CG팀을 갈아 넣었다고 느껴질 만큼 충격적이다.
정점은 역시 하비에르 바르뎀 연기다. 바다 속 인어들 왕인 '트라이튼' 역을 맡은 바르뎀은 어리고 여린 소중한 딸 ‘에리얼’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이자 왕의 감정을 담대하면서도 위대하게 표현한다. 마지막 인어공주를 에릭 왕자에게 보내는 아버지 모습은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한 영화를 넘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정조준한 영화 속 캐릭터처럼 연기 귀신의 수업이 짧고 강렬하게 펼쳐진다.
이밖에 게로 변신한 ‘세바스찬(다비드 딕스)’와 우스꽝 스러운 갈매기 ‘스커틀(아콰피나)’도 CG라는 착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우면서 2023년 재해석된 힙합 스타일 음악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 논란은 끝났다…정면 돌파한 디즈니와 할리 베일리에 울려 퍼질 찬사를 즐겨라
할리 베일리는 디즈니 캐스팅 덕에 인생 최대 기회를 얻었지만, 반면에 세상 모든 이들의 적이 됐다. 10대였던 어린 그녀가 지난 시간 동안 겪은 고통은 평생 우리가 평생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 게다.
디즈니는 새로운 인어공주로 등극한 ‘에리얼’과 함께 멜리사 맥카시, 하비에르 바르뎀 명품 연기로 훌륭한 실사 영화를 만들어냈다. 음악도, CG도, 스토리를 풀어내는 디즈니만의 실력이 정점에 다다른 듯하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인어들이 등장하는 씬에서 할리 베일리는 누구보다 빛난다. 에리얼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건 2시간 15분이 지난 뒤 영화관을 나왔을 때 우리 모습이겠다. 제작진들이 그토록 강조한 '에리얼'에 가장 알맞은 배우가 영화 속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화 <인어공주>는 국내 24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