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필자는 서점에 가면 자기계발서가 모인 코너에 종종 가곤 했다. 얼마나 엉터리 같은 말로 사람들에게 인생의 목표나 기준에 대해 훈계하려는 걸까, 하곤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당시에는 오만하다는 이유로 무시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엉터리 같은 고집이다.
30살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회생활도 이제 두 자릿수 연차를 맞이했다. 꼰대라 불릴만한 충분한 조건도 갖췄다. 어느 순간 열정보단 반복된 수년 간 업무 패턴에 감정도 무뎌져 갔다. 그러다 문득,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내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디즈니와 픽사의 <소울>은 이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준 삶에 대한 영화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여행을 떠나 내가 누구인지 자아를 찾아가는 그런 책이나, 성공한 사람이 나처럼 하면 된다는 내용이 담긴 자기계발 코너에 놓인 책들보다 훨씬 힐링이 된다.
이 영화는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실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 영혼으로 머물며 독특한 성격이 형성된다는 독특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영화를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은 "아들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며 "그 성격이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이 영화 배경이 됐다.
<소울> 이야기는 주인공인 ‘조’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겪어 영혼화 된 채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면서 시작된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떠돌던 조는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시니컬 영혼 '22'를 만나면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조가 살아생전 꿈이었던 '재즈 피아니스트'를 이루기 위해서.
영화 <소울>은 '삶의 목표'와 '행복이란 무엇인가', '존재의 이유'라는 다소 무거운 질문을 가진 채 관객과 함께 한다. 일생 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버둥거리는 조를 보면서 진정으로 소중한 게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 이런 주제의식을 가지고 1시간 47분 러닝타임 동안 즐겁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닥터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덕분에 가능했다. <업>과 <인사이드 아웃>으로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닥터 감독은 <소울>로 다가오는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가 사랑하는 재즈 음악도 영화에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소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사후세계와 지구를 오가면서 ‘조’와 ‘22’가 즉흥적으로 위기를 넘기는 방식도 재즈와 닮았다.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존 바티스트’가 오리지널 스코어에 재즈 편곡으로 참여해 어렵기 만한 재즈 음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냈다.
영화를 이끄는 ‘조’와 ‘22’ 역할을 맡은 제이미 폭스와 티나 페이 연기도 일품. 가수 겸 코미디언인 제이미 폭스는 미국의 전설적인 음악가 ‘레이 찰스’를 다룬 영화 <레이>로 77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음악적인 재능과 훌륭한 연기를 증명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 작가 겸 코미디언이자 안경 누나로 유명한 티나 페이의 익살맞은 코미디 연기가 더해져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별점 10점짜리 귀여운 고양이는 덤.
2021년 새해, 지친 어른들에게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게끔 이끌어줄 힐링 영화 <소울>은 1월 20일 국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