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스와 보낸 여름: 어린 시절, 당신의 여름 바다 추억은 어땠나요?

  •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 이미지.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처음 만난 주인공 샘(왼쪽)과 테스가 탱고 춤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주인공인 샘(오른쪽)과 테스(가운데)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9 Overall
  • 평점 9.0

(씨넷코리아=윤현종 기자) 어린 시절 가족들과 떠났던 여행, 누군가에겐 불과 몇 년 전일 수 있고 또 어느 누군가에겐 수십 년 전 까마득한 추억이겠다. 필자인 나 자신을 돌아보면 어린 시절 낯선 곳에서 경험한  추억들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여름 바다를 처음 보고 모기에 물려 고통스러웠던 나날들, 저녁에 가족과 함께 먹었던 맛있는 저녁식사 맛이나 바닷바람에 실려 온 짠 냄새도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하나씩 꼭 있을 법한 소중한 가족과 여행 추억.

스티븐 바우터루드 감독의 ‘테스와 보낸 여름’은 일주일간 벌어지는 주인공 샘의 가족 여행기다. 네덜란드 낯선 섬에서 샘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4차원 소녀 테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은밀한 이중생활(?)을 담았다.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스틸 이미지.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년 샘은 휴양지에서 휴식이 아닌 다른 임무를 수행하러 왔다. ‘외로움 대비 훈련’, 네 가족의 막내인 샘 입장에선 가족들이 모두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렇게 샘의 엉뚱한 상상이 중심이 돼 출발한다. 하지만 현지 소녀 테스를 만나면서 샘의 거대한 계획은 뒤죽박죽이 돼 버린다. 처음 느껴보는 이성의 감정, 외로움을 훈련해야 하는 샘에겐 혼란스러운 상황. 

하지만 테스는 샘보다 다른 남자에게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테스 엄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찾아온 중년의 남성 휘호와 그의 여자친구, 테스는 샘보다 휘호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처음으로 실연을 맛본 샘, 외로움 훈련에 돌입하려는 찰나 테스가 밝히는 그녀의 비밀. 과연 샘과 테스는 완벽한 여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처음 만난 주인공 샘(왼쪽)과 테스가 탱고 춤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은 순수한 소년 소녀 샘과 테스의 짧은 성장 이야기를 담백하고 유머 넘치게 담아냈다. 

이는 아이들의 세계를 아름답게 담아냈던 두 전문가의 역할이 주요했다. 네덜란드 아동문학가 안나 왈츠는 1981년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24편 이상 아동문학 장르 소설을 집필하면서 쌓인 내공이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을 탄생시키는데 초석이 됐다.

감독인 스티븐 바우터루드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텔레비전 드라마나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단편 영화를 찍으며 이 분야의 경력을 쌓아왔다. 장편 영화 데뷔를 준비하던 찰나 왈츠 작가 소설 ‘테스와 보낸 여름(원제: My Particularly Peculiar Week with Tess)를 접하면서 그의 첫 장편 영화로 낙점됐다.

10년 넘게 갈고 닦은 바우터루드 감독의 실력이 돋보이듯 이 영화는 뛰어난 각색은 물론 정교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아역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요소다. 주인공 샘 역의 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과 테스 역 조세핀 아렌센이 갈고 닦은 연극과 뮤지컬 연기가 '테스와 보낸 여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어린 남녀의 사랑이 싹트는 감정선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여기에 샘과 테스 가족들, 많지는 않지만 등장하는 주변인물의 떡밥을 모두 소화하면서 84분 러닝타임이 짧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로 꽉 채웠다.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주인공인 샘(오른쪽)과 테스(가운데) (사진=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현재 외부 활동과 해외여행을 자제해야 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테스와 보낸 여름’이 올 여름 대리 여행 겸 힐링 영화로 손색이 없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네덜란드 섬 ‘테르스헬링’은 대부분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대자연의 고요한 정취와 생명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도 샘과 테스가 섬 곳곳을 누비거나 샘 홀로 외로움 훈련에 돌입할 때 보이는 섬의 배경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미지의 섬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또 촬영 당시 실제 여름 휴가철에 촬영을 진행, 섬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영화 배경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현장감 넘치는 리얼리티도 담았다.

‘테스와 보낸 여름’은 10일 국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상영시간은 84분.

윤현종 기자mandu@cnet.co.kr

국내외 최신 IT 소식,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