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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사라지는 '원조 무선 이어폰' 도플러랩

애플 에어팟 등 경쟁자에 밀려…5천만 달러 허공으로

애플 에어팟보다 한 발 앞서 완전 무선 이어폰을 선보였던 미국 벤처, 도플러랩이 문을 닫는다.

(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애플 에어팟보다 한 발 앞서 완전 무선 이어폰을 선보였던 미국 벤처, 도플러랩이 문을 닫는다. 4년간 5천만 달러를 투자받았지만 에어팟 등 경쟁자에 밀리면서 한계에 부닥쳤다.

도플러랩은 ‘귀를 위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취재로 2013년에 세워진 회사다. 처음에는 시끄러운 곳에서 주위 소음을 줄여 청력을 보호하는 제품인 덥스 어쿠스틱 필터, 스마트폰과 제품 안에 내장된 DSP를 이용해 현실 세계 소리를 가공해 들려주는 히어 액티브 리스닝 등을 내놨다.

이들 제품을 개발하며 자신감을 얻은 도플러랩은 노이즈 캔슬링과 고음질 오디오, 음성 증폭 기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2016년 밝혔다. 이 제품은 2년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히어원 와이어리스 스마트 이어버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2017년 처음 제품이 등장했지만 불과 두 시간에 불과한 배터리 지속 시간이 단점으로 꼽혔다. 스포츠용 이어폰도 아닌데 간단한 방수 기능을 갖추거나, 마이크까지 내장해서 제품의 정체성도 모호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폰의 기본인 소리는 뛰어난 편이었지만 도플러랩은 이상하게도 이를 강조하지 않았다.

도플러랩에 결정타를 준 것은 바로 애플 에어팟이었다. 히어원 와이어리스 스마트 이어버드 가격은 400달러(약 44만원)가 넘지만 에어팟은 절반 이하 가격에 살 수 있고 심지어 더 간단하게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기어 아이콘X를 내놨고 소니는 올 하반기 첫 완전무선 이어폰인 WF-1000X를 내놨다. 결정적으로 세 제품 모두 최소한 한 번 충전하면 세 시간 이상 쓸 수 있고 값도 더 싸다.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도플러랩은 미국시간으로 1일 안내문을 띄우고 회사를 접는다고 밝혔다. 이미 판매된 히어원 와이어리스 스마트 이어버드는 오는 12월 1일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청각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주위 소리를 더 잘 들려 줄 수 있도록 조절해 주는 앱인 앱인 히어 플러스를 오는 12월 애플 앱스토어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