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장마전선이 물러가는 7월 중순 이후부터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진짜 여름이 찾아옵니다.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많지요? 두꺼운 가이드북 하나만 믿고 다녀야 했던 몇 년전과 달리 요즘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여러 모로 손해를 봅니다.
그러나 로밍 요금은 만만찮습니다. 이동통신사는 ‘무제한 로밍’이라며 선심을 쓰지만 하루에 100MB를 넘기는 순간 200kbps로 속도를 떨구면서 하루에 1만원이나 받아갑니다. 현지에서 작동하는 와이파이 라우터를 쓰면 요금이 크게 줄지만 매번 공항에서 와이파이 라우터를 받아들고 다시 반납하는 것, 매우 귀찮죠.
혹시 “여행가서 인터넷은 무슨⋯ 그냥 카카오톡만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나요? 유심 값과 1년 이용료를 합해 4만원만 내면 전세계 160개 나라에서 1년동안 모바일 메신저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챗심이 있습니다.
1년 2만원으로 모바일 메신저가 무제한 무료
챗심은 이탈리아 이동통신사인 제로모바일이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처음에 유심값으로 2만원, 그리고 1년 이용료 2만원을 내면 카카오톡과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를 전세계 160개 나라에서 무제한으로 쓸 수 있습니다.
단 여기에는 몇 가지 제한이 있습니다. 먼저 통신 요금을 낮추려다 보니 대부분의 국가에서 LTE가 아닌 3G 망으로 연결됩니다. 또 텍스트 메시지가 아닌 그림이나 동영상을 주고 받으려면 추가로 요금을 내야 합니다.
챗심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직접 신청하는 방법과 오픈마켓에 등록된 상품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 수준이 어떤지 직접 확인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챗심 웹사이트에서 쓸 수 있는 프로모션 코드를 입력해 1주일 무료로 이용해 보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까지 유심을 보내주는 데 필요한 비용(약 9천원)만 결제하면 1주일간 서비스를 써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유심과 등록 비용만 내면 1년간 무료로 서비스를 써 볼 수 있는 프로모션 코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은 못 보고 오직 텍스트만 가능
배송료가 가장 싼 일반 우편으로 결제하면 10일에서 14일 뒤에 지정된 주소로 유심칩이 도착합니다. 국제우편 봉투를 뜯어보면 웹사이트에서 활성화 절차를 밟으라는 간단한 안내문도 들어 있습니다.
카드를 꺼낸 다음 챗심 웹사이트에서 유심에 부여된 전화번호와 일련번호를 입력하고 활성화 과정을 마쳐야 합니다.
챗심을 스마트폰에 끼우기 전에 반드시 설정해야 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이외에는 3G/LTE 통신이 차단됩니다. 또 별도로 데이터를 구매하지 않으면 사진을 주고 받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기능을 모두 꺼야 합니다. 챗심은 기본 상태에서는 텍스트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에서 유심을 빼기 전에 ‘데이터 로밍’을 ‘사용함’으로 바꿔야 합니다. 챗심은 기본적으로 국제 로밍 상태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옵션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하면 모바일 메신저 앱이 정상작동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원래 스마트폰에 꽂혔던 유심을 빼고 챗심을 꽂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신에 필요한 APN까지 입력해 주면 모든 설정이 끝납니다. 챗심 공식 사이트에 있는 설명대로 설정한 뒤 전원을 껐다 켜면 작동을 시작합니다.
오직 글자와 그림문자만 허용 “사진은 아웃”
이제는 실제로 모바일 메신저를 띄워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볼 시간입니다. 아이폰7에 챗심을 꽂고 설정을 마치자 SK텔레콤 3G 망으로 접속됩니다. 이 상태에서 카카오톡과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와 텔레그램으로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봤더니 잘 전달됩니다.
다만 챗심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순전히 글자(그리고 그림문자)로만 이뤄진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사진을 주고 받는 순간 접속이 차단되었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사진을 자동으로 수신하지 않도록 모바일 메신저에서 미리 설정해야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가입할 때 문자메시지로 초기 인증을 하는 일부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인증 단계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 이용자들이 흔히 쓰는 아이메시지도 인증이 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파이가 더 편리하지만 비상 수단으로는 유용해
제약이 많은 챗심을 이틀간 써 보니 차라리 구글 미국 계정을 통해 가입한 후 전세계 어디서나 문자메시지는 무제한 무료, 1GB당 10달러에 쓸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 다녀야 한다면(예를 들어 세계일주), 여러 나라를 수시로 들락거려도 로밍이나 현지 유심칩 구입 없이 바로 모바일 메신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특성이 상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형 스마트폰에 챗심을 꽂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설치한 다음 페이스북 메신저 전용으로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죠. 해외 여행이나 출장이 잦다면 비상용으로 챙겨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