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휴대용 기기로 낼 수 있는 최상의 소리. 다만 음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The BAD 휴대용 기기지만 휴대성이 떨어지는 역설. 워크맨 단자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음원 복사에 걸리는 시간도 만만찮다.
한줄평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종종 생각날 듯한 오디오 플레이어. 한껏 올라간 인간의 감각이 내려가기 쉽지 않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소니 NW-WM1Z(이하 WM1Z)는 소니 최상위 오디오 제품군인 시그니처에 속하는 오디오 플레이어다. 최대 32비트, 384kHz 무압축 음원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며 FLAC, WAV, DSD, 애플 로스리스, MP3, WMA, AAC 등 손실압축 음원을 재생한다.
디스플레이는 4인치 854×480 화소 LCD이며 터치 인터페이스와 버튼으로 조작한다. CD 수준 음원을 업샘플링해 재생하는 DSEE HX 기능을 내장했고 DSD 음원도 PCM 변환 없이 바로 재생한다. 이퀄라이저는 31Hz에서 16000Hz까지 구간 중 열 개를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 10밴드 방식이다.
저장공간은 256GB이며 이중 230.6GB를 음악 저장공간으로 쓴다. 저장공간이 부족할 경우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이용해 64GB 이상 확장도 가능하다. 워크맨 확장 단자를 연결해 소니 헤드폰과 연결도 가능하다. 색상은 골드 한 종류이며 가격은 소니스토어 기준 349만 9천원.
400g 넘는 무게, 주범은 통구리 본체
제품을 손에 드니 나날이 과격한 타이핑으로 약화된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만만찮은 무게감이 덮쳐온다. 피파 공인구보다 조금 더 무거운 455g이나 된다. 1.8kg 통구리 덩어리를 깎아내서 소리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대한 줄였다 하는데, 이것이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교체하는 것보다 더 극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지는 ‘합리적인 의심’의 영역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본체 위에 있는 출력 단자는 기존 3.5mm 언밸런스드 이어폰잭(3극)과 4.4mm 밸런스드 헤드폰잭(5극) 등 두 개다. 4.4mm 잭은 일본 내 표준화 단체인 JEITA(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가 2016년에 정한 규격인데 아직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다.
소니는 그동안 NWZ-ZX1이나 NW-ZX2 등 하이엔드 오디오 플레이어에 꾸준히 안드로이드를 쓰다가 2015년 하반기 출시된 NW-ZX100부터는 이를 포기했다. WM1Z 역시 소니 독자 운영체제다. NW-ZX100과 달리 내비게이션 버튼이 없는 것을 감안해 재생 화면을 상하좌우로 밀면 여러 메뉴가 나타나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조작할때 미묘한 지연 현상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복사한 음악 파일 갯수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기화를 해봤지만 별 차이가 없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2-3년 전에 나온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 배터리 이용시간과 노이즈를 감안해 저성능 프로세서를 쓴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소리를 들어보니 “과연, 그럴만 하다”
많은 사람들은 오디오 플레이어에 반드시 CD급(16비트, 44kHz) 이상의 음원을 넣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비싼 값에 팔리는 하이 레졸루션 음원이 반드시 최상의 소리를 담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WM1Z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CD급 음원도 말끔히 잘 소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토튠으로 점철된 21세기 음원보다는 1990년대 초반 한 장 두 장씩 사모았던 CD를 FLAC 파일로 변환해 들어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원음 원리주의는 3세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으로 유명세를 탄 일본 록밴드, RADWIMPS의 ‘전전전세’(前前前世)도 제법 훌륭하다. 도입부에 깔리는 기타와 시종일관 팽팽하게 긴장을 머금고 유지되는 드럼과 스네어, 따로 또 같이 잘 어울린다.
왼쪽/오른쪽 채널을 명확히 분리해 들려주는 밸런스드 출력은 패닝 효과를 이용해 만들어진 음원이나 ASMR 음원을 재생할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CD급 음원을 보강해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DSEE HX에도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있다. 타악기나 보컬 성별 등 곡 상황에 맞게 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반면 소니 워크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클리어 베이스, 클리어 오디오 플러스 등 활용도가 낮다고 판단되는 기능은 모두 가차없이 빼버렸다. 하기야 보다 자연스런(혹은 최대한 손을 안 댄) 음원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상 스타디움 효과를 몇 번이나 켜려고 들지는 의문이다.
200시간 이전에도 충분히 괜찮은 소리
10년 전만 해도 오디오 게시판에 올라오면 많은 이들의 댓글을 빨아들이는 글이 있었다. 바로 ‘에이징’이다. 한 시간마다 볼륨을 조금씩 올려가며 소리를 틀어야 한다느니, 혹은 MP3가 아닌 CD를 이용해서 진동판을 풀어주어야 한다느니, 온갖 도시전설급 간증이 넘쳐났다.
그런데 유행이 지나간 줄 알았던 에이징이 WM1Z에도 있다. 내부에 내장된 콘덴서가 적어도 200시간 이상은 지나야 소리가 안정화된다는 것이다. 맨 처음 전원을 켰을 때 이 기기의 재생 시간은 68시간을 막 넘긴 상태였지만 소리가 이상하다거나 어색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워크맨 전용 단자인 WM-PORT와 소니 DAC/헤드폰 앰프를 연결하면 내장 앰프를 벗어난 색다른 소리가 기다린다. 이번 리뷰를 위해 대여한 WM1Z에는 놀랍게도(!) 시가 249만원을 호가하는 DAC 내장 헤드폰 앰프, TA-ZH1ES가 따라왔다. 거의 모든 고가 헤드폰을 수용할 수 있는데다 실시간 DSD 리마스터까지 되는 범상찮은 물건이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WM1Z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디테일한 평가는 내리지 않으려 한다. 다만 들어본 감상을 그대로 전한다면, 이 정도 기기에서 만족할 수 없다면 보다 충실한 청음 환경을 위해 집을 지을 것을 추천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여백이 없다.
결론 : 당신은 정말로 음악을 ‘듣고’ 있는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보편화되었고, 이제는 32비트 DAC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시대다. 누구나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혹은 걸어갈 때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주위의 소음이나 정적을 가리기 위한 또 다른 소음일 가능성이 크다.
NW-WM1Z는 음악을 정말로 ‘듣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꽉 찬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이다. 화면을 누른채로 상하좌우 밀어서 조작하는 인터페이스나 기다림을 요구하는 기본 성능에는 여전히 불만이 남는다.
그러나 소리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비싼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지 않아도 평소 듣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대번에 차이가 난다.
물론 다른 회사 하이엔드 오디오 플레이어와 객관적으로 1:1 비교를 하는 것은 어렵다. 내장된 DAC과 소리를 내는 구조가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 요소가 영향을 준 결과가 취향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따질 수 밖에 없다.
NW-WM1Z의 소리에 미련이 남지만 가격이 망설여진다면 거의 비슷한 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는 WM1A를 고르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단 케이스 재질이 구리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뀌고, 저장공간이 128GB로 줄었다는 차이는 있다.
상세 정보 | |
---|---|
재생가능포맷(손실) | MP3, WMA, AAC, ATRAC |
재생가능포맷(비손실) | FLAC, WAV, ALAC, AIFF, DSD |
재생가능범위 | 최대 32비트, 384kHz |
디스플레이 | 4인치 터치스크린 |
해상도 | 854×480 화소 |
저장장치 | 256GB |
용량확장 | 마이크로SD카드 이용 |
네트워크 | 블루투스 4.2, NFC |
무선 코덱 | SBC, aptX, LDAC |
음향 향상 기능 | 이퀄라이저, DSEE HX |
노이즈 캔슬링 | 불가능 |
USB DAC | 불가능 |
배터리 | 내장형 리튬이온 |
운영체제 | 자체 운영체제 |
PC 인터페이스 | USB 2.0 |
크기 | 72.9×124.2×19.9mm |
무게 | 455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