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직장인이 평일에 연차까지 내서 해외여행을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잘 둘러 보면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만한 곳이 많습니다. 쇼핑 천국으로 유명한 홍콩도 그 중 하나입니다. 조금만 클릭품을 팔면 토요일 저녁에 홍콩에 도착했다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항공편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짧은 일정인 만큼 짐은 필요 최소한으로 꾸리는 것이 좋겠죠. 갈아 입을 옷은 줄이더라도 현지에서 맛집이나 지도를 확인할 스마트폰과, 1만mAh 이상 넉넉한 용량을 가진 보조배터리는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하다 못해 먼저 홍콩을 다녀 온 친구에게 급하게 물어볼 때도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될 도구입니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인터넷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국내 이동통신사 자동 로밍이 가장 편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하루에 1만원이나 하는 요금이 일단 부담스럽고, LTE 시대에 아직도 3G에 머물러 있는 느린 속도도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굳이 한국에서 받아야 할 중요한 전화가 없는 한 오히려 현지 LTE 선불 유심을 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홍콩 현지 선불 유심으로 더 싼 값에 빠른 인터넷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참, 유심칩을 빼낼 클립이나 옷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마세요.
여행 기간과 데이터 용량을 따져야
홍콩 통신사는 모두 밴드 3(1.8GHz)에서 LTE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에서 쓰던 언락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간단한 설정을 거쳐 바로 쓸 수 있죠. 첵랍콕 국제공항에 내린 다음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에 가면 실로 다양한 유심이 있어서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선불 유심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먼저 여행 기간이 며칠인지, 그리고 데이터를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보아야 합니다. 일부 통신사가 ‘여행자 전용 유심칩’이라며 내놓은 상품도 있지만 여러 번 홍콩을 다녀 온 여행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 여행자가 자주 쓰지 않는 음성통화가 너무 많고 이용 기간이 긴데다 결정적으로 비싸다는게 그 이유입니다.
아이폰6s나 갤럭시S7처럼 나노 유심을 쓰는 스마트폰이라면 나노 유심을 쓸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겠죠. 대부분의 선불 유심은 자기가 쓰는 스마트폰에 맞게 떼어내서 쓸 수 있도록 3-in-1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간혹 나노 유심이 없는 제품이 있기도 합니다.
개통 전 셀룰러 데이터는 끄는게 좋아요
유심을 구매하는 데 특별한 절차는 필요 없습니다. 적당해 보이는 유심을 고른 다음 홍콩 달러나 신용카드를 내면 끝입니다. 대만이나 싱가포르처럼 여권 사본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 영토에 속하지만 거의 다른 나라 취급을 받는 홍콩의 특이한 입지 때문입니다. 유심을 구입했다면 한국에서 쓰던 유심을 클립이나 핀으로 빼낸 다음 간단한 개통 절차만 거치면 됩니다. 빼낸 유심도 잘 보관해 두는 것, 잊지 마세요.
이번에 고른 선불 유심은 홍콩 통신사 CSL이 판매하는 48홍콩달러(한화 약 7천 200원)짜리 LTE 선불 유심입니다. 쓰리(Three)가 판매하는 이틀짜리 무제한 유심도 있지만 판매하는 곳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 유심은 편의점이나 전자상가에서 비교적 구하기 쉽습니다.
유심을 꽂은 다음 가장 먼저 셀룰러 데이터를 ‘사용 안함’으로 설정합니다.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를 마구 쓰면 유심에 충전된 금액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는 잔액 조회용 무료 전화번호(CSL은 ’179179′)로 전화를 겁니다. 통화가 연결된 다음에는 자세한 내용을 들을 필요 없이 전화를 끊어주세요. 갑자기 문자메시지가 여러 통 도착한다면 일단 개통은 성공입니다.
혼잡한 곳에서도 10Mbps 넘는다
이제는 대망의 LTE 요금제를 신청할 시간입니다. LTE 요금제도 통신사마다 용량과 기간이 다른데요, CSL이 제공하는 LTE 요금제를 자세히 보면 3일간 2GB를 쓸 수 있는 38홍콩달러짜리 요금제가 보입니다. 전화 앱을 띄운 다음 설명서 옆에 있는대로 키패드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잠시 기다리면 신청한 LTE 요금제의 용량과 유효 기간을 알려주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오는데, 이 문자메시지를 받은 다음에는 셀룰러 데이터를 켠 다음 LTE 속도로 인터넷을 즐기면 됩니다.
2GB가 적은 용량이 아닌지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지도 앱을 내비게이션 대신 쓰거나, 카카오톡/라인/페이스북 메신저로 사진을 주고 받기만 한다면 하루에 1GB를 쓰기도 쉽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데이터가 너무 빨리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면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명령어를 이용해 수시로 남은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됩니다.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전세계 서버를 이용해 속도를 측정해 주는 스피드테스트 앱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홍콩 도심에서는 업로드/다운로드 모두 30Mbps를 넘고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이라 해도 10Mbps를 가볍게 넘어섭니다. 지연 속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 페이스북 메신저 음성통화나 라인 음성통화, 페이스타임 오디오도 문제 없이 실행됩니다.
홍콩 인접 지역 들른다면 로밍 데이터 양도 따져야
홍콩 현지 선불 유심은 국내보다 싼 값에 더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30일까지 데이터 유효 기간도 다양해 일정에 맞게 골라 쓰면 됩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한국 통신사 유심을 스마트폰에서 빼기 때문에 해당 번호로 걸려 온 전화나 문자메시지는 놓치게 됩니다. 꼭 받아야 할 중요한 전화가 있다면 현지 선불 유심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 유심을 구입할 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홍콩과 함께 마카오, 혹은 셴젠 등 중국까지 둘러보고 싶다면 로밍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많은 유심칩을 골라야 합니다. 또 기본료, 혹은 관리비 명목으로 개통하자마자 6-7 홍콩달러가 빠져나가기도 하는데 이는 통신사마다 정책이 달라 벌어지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기사에서 이용한 CSL 선불 유심은 관리비 징수를 30일간 유예했다 31일에 두 달치를 한꺼번에 빼갑니다. 업무상 홍콩을 자주 오가는 분들이라면 기본료가 모두 빠져나가 정지되지 않도록 일정 금액을 잊지 말고 충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