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12월 4일 오전 8시, 화웨이가 제조한 첫 구글 스마트폰인 넥서스6P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 전파인증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까지 아무런 공식 발표가 없어 각종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출시 포기설조차 나돌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플레이와 SK텔레콤을 통해 넥서스6P가 출시되자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출시가 지연된 배경에 대해 궁금해했다. 심지어 화웨이코리아 홍보를 대행하는 브라이먼커뮤니케이션도 출시 전날 저녁에서야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을 정도로 상당히 갑작스럽다.
“한국 포기는 말도 안된다, 물량이 모자랐다”
화웨이코리아는 “우선 한국이 1차 출시국이 아닌 2차 출시국이며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미국만 해도 예약 후 제품 배송이 늦어져 별도로 보상금을 지급했을 정도다. 한국 시장을 포기한다거나, 혹은 한국 시장 출시를 일부러 지연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출시가 늦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물량 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 출시 포기설’이 나온 원인은 정작 따로 있다. 2014년 10월 알뜰폰(MVNO) 업체인 미디어로그와 LG유플러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한 스마트폰인 X3의 판매 성적이 썩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인지도는 낮아
4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화웨이코리아 딩넝 사장은 “화웨이는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모두 LTE 장비를 공급한다. LTE 뿐만 아니라 차세대 통신 규격인 5G 기술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스마트폰 판매 순위도 3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웨이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꼽힌다. 지난 9월에는 아이폰6S보다 한 발 앞서 압력 감지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인 메이트S를 출시했을 정도다. 하지만 2014년 국내 첫 진출 이후 성적은 썩 좋지 않다. 화웨이코리아나 이동통신사가 정확한 판매량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각종 유통망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1만대가 채 안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여기에 넥서스6P 국내 출시가 지연되면서 ‘구글 첫 메탈 스마트폰’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LG전자가 제조한 스마트폰인 넥서스5X가 이동통신 3사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반면 넥서스6P는 화웨이라는 회사를 모르는 국내 소비자들이 많은 탓에 이동통신사의 관심도 적었다. SK텔레콤이 넥서스6P 판매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줄줄이 짐싼 외산폰, 한국은 고민스런 시장?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LG전자와 애플이 나머지를 가져가는 1강 2약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토로라, 소니, HTC 등 외산 스마트폰이 활발하게 출시되었지만 현재는 아니다. 개인 수입, 혹은 구매대행을 통해 외산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이 일부 있을 정도다.
심지어 올해 처음으로 6인치 패블릿 ‘팹플러스’를 출시했던 한국레노버는 인증 취소라는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은 정식 출시를 기다리기보다는 오히려 해외 직구로 수입하는 것이 더 쉽다. 다양한 스마트폰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몇 년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4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화웨이코리아 김학수 부사장 역시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한국이 수치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커다란 시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화웨이 뿐만 아니라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한국 시장은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버릴 수는 없는 어려운 시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