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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PC 추천 구매 가이드

2015년 10월 기준 / 본 기사는 PC시장 상황에 따라 꾸준히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20만원만 가지고 과연 컴퓨터 한 대를 조립할 수 있을까?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공대생들, 특히 컴퓨터와 관련 있는 지식을 배우는 학과에 다니는 사람, 혹은 졸업한 사람들이 지겹도록 듣는 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윈도우 좀 깔아줘”, “노트북 뭐 사면 좋냐?”, 그리고 대망의 1위는 “◯◯하는데 쓸만한 컴퓨터 좀 맞춰줘”입니다.

이 중 위험부담이 가장 큰 것은 바로 “컴퓨터 좀 맞춰 달라”는 부탁이 아닐까요? 일단 어떤 하드웨어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 신경쓰는 것도 만만찮은데다 부품을 배달시켜 조립하는 것도 귀찮습니다. 컴퓨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무슨 오류만 나타나면 ‘컴퓨터가 이상하다’며 불려다니는 것은 예사입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괜히 부탁을 들어줬다는 후회마저 듭니다.

뭐? 20만원짜리 컴퓨터? 그거 완전 깡통 아니냐?

심지어 20만원, 21만원 등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금액에 맞춰 컴퓨터를 만들어 줘도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어디선가 ‘자칭 전문가’(실제로는 아는척 하고 싶은)가 나타나서 “대체 어디에 돈을 썼는데 이런 시원찮은 컴퓨터를 만들어 주었느냐”며 빼돌린 돈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설명을 해 줘도 “그래? 그래도 내 말이 맞는것 같은데”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정말로 쓸만한 PC를 만들려면 3대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와 메모리, 메인보드만 합해도 20만원 이상이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과연 20만원짜리 컴퓨터를 만들수는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죠. 단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먼저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는 이미 있는 것을 재활용해야 하고, 운영체제는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리눅스나 프리도스를 써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요즘 싸서 잘 팔린다는 깡통 노트북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차 떼고 포 떼니 만들수는 있지만⋯

과연 20만원짜리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 의문점을 풀기 위해 컴퓨터를 한 대 만들어(?) 봤습니다. 금액은 10월 1일 가격비교사이트인 다나와 최저가 수준으로 매겼습니다.

프로세서 : 인텔 셀러론 G1840 (3만 8천600원)

‘셀러론’이라는 단어를 보고 기겁하는 분들은 분명 10여년도 전부터 메인보드 뒤 핀에 손가락 깨나 찔려 본 분들일 겁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셀러론을 예전에 나오던 프로세서와 비교하는 것은 실례입니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나온 요즘은 한물 간 제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래픽칩셋까지 내장된 프로세서 가격이 이 정도라면 거저나 마찬가지입니다. 성능도 나쁘지 않습니다.

메모리 : 삼성전자 DDR3 4GB PC3-12800 (2만 3천230원) ×1

사실 컴퓨터 부품 중 메모리만큼 고르기 쉬운 제품이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메모리 모듈이 가장 싸고 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메모리를 2GB만 써도 일단 부팅은 가능하겠지만, 일부 운영체제에서 아예 설치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어쩔 수 없이 4GB 메모리를 선택했습니다.

‘셀러론’이라는 이름만 보고 지레짐작해서는 곤란하다.

메인보드 : MSI H81M-P33 (유통사 웨이코스, 4만 7천500원)

메인보드는 당연히 프로세서에 맞는 제품으로 골라야 합니다. 셀러론 G1840을 지원하는 메인보드 중 가장 싼 축에 속하는 MSI H81M-P33을 선택했습니다. 메모리 슬롯이 두 개밖에 없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꽂을 수 있는 PCI 익스프레스 ×16 슬롯도 있고 HDD나 SSD도 네 개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저장장치 : WD 500GB BLUE WD5000AAKX (4만 8천원)

SSD가 아무리 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직도 120GB(혹은 128GB) 제품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SSD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따로 쓴다면 모를까, 저장장치를 딱 한 개만 장착할 수 있다면 아직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현재 생산되는 데스크톱용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저장장치를 딱 하나만 써야 한다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이외에 선택권이 없다.

전원공급장치 : 잘만 ZM300-LE (2만 2천900원)

어댑터만 연결하면 되는 노트북과 달리 데스크톱PC는 가정용 220V 전원을 12V나 5V로 변환해 줄 전원공급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컴퓨터 하드웨어에 따라 공급 용량을 골라야 하는데 이번에는 필요최소 용량인 300W를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300W도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케이스 : 엠제이테크놀로지 ENERGY OPTIMUS G31 알리바바 3.0 실버 (1만 8천원)

컴퓨터 본체를 아예 노출시킨 채로 쓸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여러 부품을 보호할 케이스가 필요합니다. 냉각 성능을 강화한 케이스, 혹은 조립 편의성을 높인 케이스 등 여러가지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일단은 올 초에 나온 뒤로 싼 값에 쓸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케이스인 ENERGY OPTIMUS G31 알리바바 3.0 실버를 골랐습니다.

운영체제 : 그런것 없다 우분투 리눅스, 프리도스

DSP 버전으로 설치할 수 있는 윈도우 운영체제만 해도 이미 1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운영체제도 없다면 이 컴퓨터가 제대로 부팅은 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누구나 무료로 받아서 쓸 수 있는 프리도스가 있습니다. 2015년 10월 현재 최신 버전은 1.1입니다. 실행하면 새카만 화면에 글자만 빼곡히 나타날 것입니다.

보다 화려한 환경을 원한다면 우분투 리눅스 15.04가 있습니다. DVD롬 드라이브가 없기 때문에 USB 플래시 메모리에 다운받아 설치해야 합니다.

프리도스로도 일단 부팅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쓸 수 있을까?

결론 : 이런 부탁은 가능한한 들어주지 말자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

우정의 공임비를 빼고 20만원 PC를 만드는데는 과연 얼마나 들었을까요? 가격을 모두 정리해 보니 간신히 성공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프리도스나 리눅스가 설치된 컴퓨터를 불편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십중팔구 윈도우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이 컴퓨터가 과연 얼마만큼의 성능을 낼 지도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셀러론 G1840 프로세서를 쓴 이상 웹브라우저나 업무용 프로그램은 그럭저럭 돌아갈 것입니다. 큰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온라인 게임도 그래픽 수준을 낮추면 돌아는 갈 것입니다. 풀HD 동영상도 재생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여러 개 띄우거나 고사양 온라인 게임을 실행하는 순간부터 “이 컴퓨터 왜 이리 느려?”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 보니까 SSD인가 쓰면 빠르다던데 이건 왜 이래?”, “하드 용량이 작아서 그런가? 프로그램 여러 개 띄우면 느려. 좀 빠르게 해 줘봐” 등등 갖가지 기상천외한 클레임이 늘어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깡통 컴퓨터를 만들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넷북에 가까운 저가형 노트북 한 대도 살 수 없는 돈인 21만원을 가지고 고심해서 컴퓨터를 조립해 주어도, 결국은 막대한 클레임과 함께 보수도 받을 수 없는 자원봉사에 시달릴 뿐입니다. 그리고 컴퓨터공학과, 소프트웨어 학과 등 관련 학과에 다니는 사람에게 저런 미션을 주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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