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앤컨 AK T8iE]첫 하이엔드 이어폰 "소리도, 가격도 빛난다"

  • 구성품은 이어폰 본체와 이어팁 5개, 컴플라이 폼팁 3개 등 다양하다. 아스텔앤컨 전용 4극 케이블도 들어 있다.

  • 외부에는 아스텔앤컨 로고와 베이어다이나믹 로고, 일련번호를 교대로 새겨 놓았다.

  • 이어폰 본체에 꽂는 케이블은 MMCX 방식이다. 번들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도 된다.

  • 컴플라이 폼팁을 끼운 상태. 이 상태에서 귓바퀴에 맞게 착용한다.

  • 케이블을 귓바퀴 뒤로 돌려서 착용한다.

  • T8iE 이어폰의 내부 구조. 자력을 강화시킨 테슬라 자석이 들어 있다.

The GOOD 충실한 구성품, 준수한 마감, 실망감을 주지는 않을 음질

The BAD 이어폰 줄이 너무 잘 꼬인다. 착용 방법이 마냥 쉽지는 않다.

한줄평 진열장에서만 빛나는 이어폰이 될 것인가?

6.6 Overall
  • 가격 5
  • 디자인 7
  • 휴대성 6
  • 착용감 7
  • 음향 8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AK T8iE(이하 ‘T8iE’)는 스마트폰・태블릿 등 소형 음향기기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유선 인이어 이어폰이다. 음향기기 전문업체인 베이어다이나믹이 2009년 제조한 레퍼런스 헤드폰인 T1을 이어폰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소형화했다. 무게는 케이블을 제외할 경우 약 7g이다.

이어팁은 실리콘 재질로 총 5개 크기를 제공하며 귀 안에 완전히 밀착되는 컴플라이 폼팁 3종류도 함께 제공한다. 이어폰과 음원을 연결하는 케이블은 MMCX 방식을 써서 취향에 따라 다른 선재나 재료를 쓴 케이블로 교체할 수 있다. 이동시 본체를 보관할 수 있는 하드레더 케이스도 기본 제공한다. 가격은 999달러(한화 약 117만원)이며 국내 판매 시기와 가격은 미정.

귀 뒤로 넘겨 착용하는 특이한 디자인

비싼 이어폰이 가지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두드러지는 것은 Y자형 케이블을 쓴다는 것이다. 보통 이어폰처럼 왼쪽보다 오른쪽 케이블이 길어서 잠깐 귀에서 빼야 할때 걸쳐 놓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좌우 길이 차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미묘한 밸런스 차이를 잡겠다는 의도도 있다. T8iE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Y자형 케이블을 쓸 경우 케이블이 어디엔가 걸려 귀에서 빠지기 쉽다. T8iE는 오픈형이 아닌 귓속에 밀어넣는 밀폐형 이어폰인데다 이어폰 본체를 귓바퀴에 밀착되게 만들어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케이블은 귀 뒷쪽으로 넘겨서 정리한다. 본체 마감도 양호하다. 하지만 이어폰 본체와 연결되는 부위의 케이블이 꺾이기 쉬워 오래 쓸 경우 단선될 여지를 남겨 놓았고 케이블 재질도 잘 꼬인다. 전용 케이스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한 선을 풀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인이어 이어폰에서 소리나 착용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어팁은 자기 귀에 맞는 사이즈를 써야 빈 소리가 들리거나 외부 소리가 들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보통 저가 제품이라도 대/중/소 세 개 사이즈로 이어팁을 주는데 T8iE는 기본으로 장착된 중간(M) 크기 이어팁을 포함해 총 다섯 개 이어팁을 준다. 하다못해 이어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귓속에서 부풀어오르는 컴플라이 폼팁을 써도 된다. 착용성 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럽다.

케이블을 귓바퀴 뒤로 돌려서 착용한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소리 “중저음이 살짝”

T8iE의 소리나 성향은 한 마디로 평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실리콘 이어팁을 쓰느냐, 컴플라이 폼팁을 쓰느냐에 따라 판이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먼저 컴플라이 폼팁을 이용하면 주위 잡음이 완벽히 가려지지만 중저음에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실리며, 실리콘 이어팁을 쓸 경우 중저음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사라지지만 주위 소음이나 잡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처음 T8iE를 듣고 있으면 중저음에 묻혀서 거의 다른 소리는 살려내지 못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잘 들어보면 보컬이나 고음역도 제법 깔끔하게 살려냈다. 물론 주파수 대역별로 밸런스드 아머쳐를 넣는 다른 제품보다 명료함은 떨어지지만, 울림통을 크게 만들 수 없는 인이어 이어폰 중에서는 준수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모든 대역에서 비교적 고른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지만 중저음 쪽에 살짝 무게가 실렸다.

이어폰 임피던스는 16옴(Ω)으로 출력이 충분하지 않은 스마트폰이나 오디오 플레이어 등에 쓰기 적합하다. 아이리버 AK10 등 헤드폰 앰프를 쓴다 해도 음량이 비약적으로 커지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T8iE로 듣는 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다고 느껴진다면 MP3, AAC 등 음원을 손실압축하는 과정에서 깎여 나간 소리 때문일 수 있다.

같은 곡이라 해도 무압축 웨이브(*.wav) 파일과 24비트, 96kHz FLAC 파일로 재생해 보면 인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8iE가 재생 가능한 주파수 대역은 8-48kHz로 CD 수준(최대 44.1kHz)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그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사람의 가청주파수를 최대한 성실하게 재현하려고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T8iE 이어폰의 내부 구조. 자력을 강화시킨 테슬라 자석이 들어 있다.

진열장에서만 빛나는 이어폰이 될 것인가

아스텔앤컨 AK T8iE는 올바른 평가를 내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이어폰이다. 실리콘 이어팁과 컴플라이 폼팁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고, 음원이나 특성에 따라 듣는 소리의 인상이 달라진다. 특히 폼팁과 이어팁을 바꿔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 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는 경향도 있다. 베이어다이나믹이 만든 헤드폰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면 한 번쯤 써 보고 싶은 제품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이어폰이지만 문제는 다름 아닌 가격이다. 컴플라이 폼팁을 세 개 넣어주고, 실리콘 이어팁을 다섯 개 주고, 모든 공정이 독일에서 사람 손을 거친다는 것을 감안해도 999달러(한화 약 117만원), 혹은 15만엔(한화 약 146만원)이나 한다. 국내 출시 일정이나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거 최고 기록을 세웠던 젠하이저 IE 800(국내 초기 출시 가격 120만원)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 될 공산이 크다.

이어폰은 음악과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액세서리다. 가로수길 어딘가의 유리창 너머에 놓인 비싼 옷이며 구두처럼 단순히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들어보고 나서야, 혹은 써 봐야, 입어 봐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닮았다. 이런 고가 이어폰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지만, ‘써 본 사람’보다는 ‘말만 들은 사람’의 평가가 우선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 제품은 기획 단계에 관여한 아이리버(아스텔앤컨)와 실제 제품을 만든 베이어다이나믹의 기술력이 총 동원된 제품이다. 이런 제품을 단순히 비싸다고 해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한 번 들어보기 위해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구성품은 이어폰 본체와 이어팁 5개, 컴플라이 폼팁 3개 등 다양하다. 아스텔앤컨 전용 4극 케이블도 들어 있다.
외부에는 아스텔앤컨 로고와 베이어다이나믹 로고, 일련번호를 교대로 새겨 놓았다.
컴플라이 폼팁을 끼운 상태. 이 상태에서 귓바퀴에 맞게 착용한다.
이어폰 본체에 꽂는 케이블은 MMCX 방식이다. 번들이 마음에 안 든다면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도 된다.
상세 정보
유닛 형태 다이나믹형
방식 밀폐형 인이어
주파수 대역 8-48,000Hz
임피던스 16Ω
허용 입력 10mW
음압 레벨 109dB
무게 7g (케이블 미포함)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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