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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15에서 주목해야 할 5가지 제품

차별화를 위한 기술력 과시의 향연

(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상반기 CES, 하반기 IFA는 전 세계 IT 가전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개강파티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과 생산력,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이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CES는 익히 알려진대로 소비자가전쇼(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이지만, IFA가 무엇의 약자인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독일어라는 이유로 기자들도 IFA를 잘 풀어쓰지 않는다. IFA는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의 약자로 사전적 의미는 국제 가전박람회 정도로 해석된다. 1924년부터 열린 ‘베를린 라디오쇼’가 모체로, 역사나 전통 면에서 1967년 시작한 CES를 훨씬 앞선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독일이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이야기다.

올해 열린 IFA 2015에서도 어김없이 전 세계 내로라 하는 IT 가전 기업들이 참가해 열띤 홍보 및 비즈니스를 펼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본에서는 소니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큰 손 역할을 해왔고,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도 거의 대부분 IFA에 참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신제품 발표 측면에서는 CES에 다소 밀리는 감도 없지 않지만, 대신 CE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유럽 가전제품들이 대거 출품된다. 우리나라 미디어나 미국 미디어들이 별로 관심이 없을 뿐이다. 올해 IFA에 출품된 몇몇 눈에 띄는 제품들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 UBD-K8500

삼성전자 UHD 블루레이 플레이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나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를 대대적으로 밀고 있지만, 사실 이번 IFA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제품은 세계 최초의 초고화질 블루레이 플레이어 UBD-K8500이다. 표준 블루레이의 4배에 달하는 해상도와 완벽한 UHD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UHD TV가 당초 관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내려가고, 더 빠르게 판매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대로 된 UHD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제품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늘 비슷비슷한 제품이 발표되며 경쟁이 치열한 IFA 현장에서 초고화질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선보인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다만 삼성전자도 이 제품에 그렇게 의미를 두고 홍보에 나서지 않았다. 구체적인 가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단 500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이며 출시 시기도 올해 연말이 아닌 내년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기가 있다고 해도 네이티브 UHD 혹은 4K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LG전자 UHD OLED TV EF9500

LG전자 평면형 울트라HD OLED TV

가전의 왕은 TV다. 적어도 TV 분야에서 만큼은 삼성전자와 자웅을 겨루는 LG전자는 UHD OLED TV EF9500을 출품했다.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이 적용돼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밝은 곳은 더욱 밝게 표현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평면형이라는 것이다. 브라운관 시절도 아니고 도대체 왜 평면형이라는 말이 재등장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IFA는 기술력 과시의 장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형 혹은 커브드라는 말을 써가며 휨 경쟁을 펼치며, 아예 평면형 UHD OLED TV를 출시하지 않았다. 줄기차게 따라오는 일본이나 중국 업체와 차별화를 위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는 중국 업체인 스카이워스, 창홍, 하이얼 등이 일제히 곡면형 UHD OLED TV를 선보였다.

그래서 LG전자는 또 한번 차별화를 위해 평면형 카드를 내밀었다. 대신 두께를 무려 4.8mm로 줄였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가 미디어를 초청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벽지TV를 드디어 상용화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평면형 제품의 가격이 곡면형보다 비싸지는 이상한 현상이 초래되기도 했다. LG전자의 기술 선도력은 대단한 수준이지만, 보급형 UHD OLED TV 라인업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소니 엑스페리아 Z5 프리미엄

소니 4K 스마트폰

소니는 스마트폰 최초로 4K 해상도를 가진 ‘엑스페리아Z5 프리미엄’을 깜짝 선보였다. 스펙에 유독 민감한 우리나라 소비자들 조차 “저건 좀 과한데?”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지만, 어쨌든 제조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5.5인치 디스플레이에도 4K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4K 스마트폰이 가진 진짜 의미는 4K로 동영상을 찍고 그것을 4K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4K라는 해상도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스펙 중 하나는 2천300만화소 카메라다.  그것 역시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의 이미지 센서를 생산하고 있는 소니가 작심한 부분 중 하나다. 여전히 불안 요소는 발열이 높기로 유명한 퀄컴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와 함께 지나치게 높은 해상도에 따른 전력 소모 증가로 과연 배터리 사용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지만,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일단 포문을 열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IFA나 CES는 원래 오버스펙을 통한 기술력 과시를 하기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기어S2

삼성전자 원형 디자인 스마트워치

애플이 뛰어들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스마트워치 시장에 삼성전자가 선제 대응을 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었다. 결국 기어S2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기어S2는 스마트워치 시장에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제품은 아니다. 기존 스마트워치 시장의 한계점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좀 더 착용할만한 디자인을 가졌고, 좀 더 편리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전 삼성 스마트워치와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지만,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삼성전자가 드디어 인터페이스를 제대로 고민한 흔적이 돋보이는 ‘휠 베젤’이다. 애플워치의 디지털 크라운에서 힌트를 얻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진보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독자OS인 타이젠을 채택했다는 점 역시 충분히 긍정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 가지는 여전히 안드로이드 웨어가 쓸만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만큼은 스마트폰 처럼 구글에 끌려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개발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정도로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를 팔지 못한다면, 결국 모든 콘텐츠를 직접 비용을 지불해서 만들거나 혹은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이얼 스마트 윈도우 냉장고

하이얼 스마트 가전

가전쇼 혹은 가전박람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행사에서 정작 가전제품이 주목받지 못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더딘 가전시장의 발전과 달리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IT기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전 제품이 우리 삶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여전히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세탁기의 발명이다.

올해 IFA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가전 제품이 소개됐다. 요즘 LG전자가 한참 밀고 있는 트롬 트윈워시가 드럼과 통돌이를 합친 제품이라면, 하이얼의 더블 덱커 듀오 세탁기는 큰 드럼과 작은 드럼이 합쳐진 형태다. 역시 카피라는 의심을 받기는 했지만, 결정적으로 드럼통이 두 개였던 제품이 없었던 만큼 크게 할 말은 없어보인다.

뿐만 아니라 하이얼은 내부가 훨히 들여다 보이는 스마트 윈도우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LCD니 카메라니 하는 어려운 기술을 쓴 건 아니고 한쪽 문을 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거울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부에 전등 달아서 문을 열지 않고 조명이 켜지면 내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냉장고를 자주 열지 않아도 되서 냉각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지만, 사실 우리가 냉장고를 열어보는 이유는 그냥 그것이 습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