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TG앤컴퍼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TG삼보가 PC 이외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만든 별도 법인이다. 우리나라 1세대 PC기업인 TG삼보가 주는 다소 오래되고 PC 중심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
TG앤컴퍼니가 가장 먼저 꺼내든 제품은 빅디스플레이다. 이들은 3D나 스마트 그리고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미세한 화질 차이는 과감히 무시하고 화면이 크고 연결성이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내놨다. 그리고 전략적으로 이것이 TV인지 모니터인지 이야기 하지 않았다. 어차피 디지털 영상 신호를 주고 받는 요즘 시대에 그것을 무엇에 쓰는지는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오래된 말로는 게릴라 전략이고, 요즘 말로는 니치 마켓 공략이다.
TV는 철저히 대기업 사업 영역이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무대다. 소니가 수년째 우리나라 시장에 TV를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TG앤컴퍼니는 빅디스플레이를 통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그 다음 제품이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스마트폰은 대기업 조차도 쉽게 뛰어들기 힘든 시장이다. 과연 빅디스플레이와 같은 게릴라 전략이 스마트폰 시장에도 통용될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1일 공개된 TG앤컴퍼니의 첫번째 스마트폰 루나의 상세 정보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루나’의 전체적인 사양은 중고급형 기기다. 완벽한 플래그십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보급형 기기로 보기도 어렵다. 일단 스마트폰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을 사용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를 채택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삼성전자 갤럭시S5와 LG전자 G3가 있다. 즉 한 세대 이전 플래그십 사양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벤치마크 결과만 보면 스냅드래곤 810과 성능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지금 사용하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오히려 발열과 안정성 면에서는 801이 좀 더 우수하다는 견해도 있다.
스냅드래곤801과 함께 눈여겨 봐야 할 중요한 대목이 바로 해상도다. 루나는 5.5인치 풀HD 해상도를 보여준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풀HD(1920×1080)를 넘어 QHD(2560×1440)로 넘어간지 좀 됐지만, 풀HD는 AP의 부하를 덜 주고, 배터리 소모도 적으면서 화질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적당한 선택이다. RAM 역시 3GB로 갤럭시노트5(4GB)를 제외한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가장 높은 크기다.
‘루나’는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금속 소재의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당연히 배터리 교체는 불가능하지만, 여기에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지원한다.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을 TG삼보는 해결해낸 것이다. 기본용량은 16GB에 불과하지만 최대 128GB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전면 800만화소 카메라 역시 최근 사용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정확히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 800만화소 스마트폰을 채택한 제품으로는 카메라 성능에 방점을 찍은 LG전자 G4가 있다. 후면카메라는 1천600만이 아닌 1천300만화소지만,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듀얼LED까지 달렸다.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는 빠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두께도 7.38mm로 얇고 무게도 183g으로 가벼운 편이다. 배터리 용량도 2천900mAh로 수치만 보면 요즘 트렌드를 그대로 따랐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이다.
루나의 출고가격은 40만원대로 알려져 있으며, 공시지원금 역시 아직 나오지 않았다. 40만원대 라고 하면 일단 49만8천원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물론 실제 제품에 대한 안정성과 성능은 좀 더 자세한 리뷰와 벤치마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사양만 놓고보면 소비자들 꼭 원하는 지점에 힘을 주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 원가 절감을 했다. TG앤컴퍼니가 직적 제조한 것이 아니라 폭스콘과 협업을 통해 만들었지만, 적어도 충분히 괜찮은 제품 기획을 해냈다는 평가다.
판매전략도 대단히 스마트하다. 우리나라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독점판매를 선택함으로써 좀 더 많은 공시지원금과 마케팅에 대한 뒷받침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여전히 삼성이나 LG 혹은 애플이 만들지 않은 스마트폰에 대해 일단 배제하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TG앤컴퍼니 역시 이 제품을 갤럭시나 G시리즈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려고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제품 기획이 뛰어나고 가격이 훌륭하다.
이러한 TG앤컴퍼니의 스마트폰 전략은 마치 샤오미를 연상케한다. 물론 요즘 샤오미는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나름대로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점이 샤오미와 가장 맞닿은 지점이다.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단말기유통개선법 시행 이후 값비싼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라면 때가 맞을 수도 있다. 과연 삼성, LG, 애플 3사가 독점하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