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우리가 보통 물을 마실때 필요한 것은 컵이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가 없으면 못마신다는 원로 코미디언 서영춘 씨의 말 그대로다. 그런데 이제는 컵이 없어도 물을 마실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컵도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먹을 수 있는 물병은 간단한 화학식을 알면 누구나 제조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스페인의 엘불리 레스토랑의 쉐프인 페란 아드리아 씨가 최초로 개발했다.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맛과 향 그리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음식에 마치 코팅을 입히면서 맛이나 식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분자요리의 한 방법이다.
식용 컵 혹은 식용 물병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성분은 알긴산 나트륨이다. 보통 아이스크림 안정제나 케쳡, 마요네즈, 소스 등의 점착제 등으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또 다른 성분은 젖산칼슘 혹은 염화칼슘이다. 이 두개의 성분이 반응을 일으키면 물을 보관할 수 있으면서 먹을 수도 있는 물병이 만들어진다.
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물을 보관하고 운반하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물 뿐만 아니라 탄산음료나 쥬스와 같은 것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마실 수 있다. 물론 플라스틱에 비해 경제성이나 실용성이 있는지는 차후 문제지만 적어도 대체 기술로서 가능성을 보였는다는 것이 학계 반응이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일단 이렇게 생성된 점막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없어진다. 즉 장시간 보관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형태가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대량 보관시 어려움이 따른다.
일부에서는 먹을 수 있는 물병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젠가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병 없이 순수하게 물만 사먹을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