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OD 델 특유의 고기능 바이오스, 탄탄한 디자인.
The BAD 보조배터리로 충전은 어림도 없다. 포기하면 편하다.
한줄평 아무래도 (나를 포함해) 코어M은 틀렸어. 먼저 가게나.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델 베뉴 11 프로 7000(이하 베뉴 11)은 슬림 키보드나 도킹 스테이션을 연결해 노트북처럼 쓸 수 있는 투인원이다. 인텔 코어M 5Y10c 프로세서와 10.8인치 1920×1080 화소 디스플레이를 달았고 802.11ac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4.0을 내장했다. 저장장치는 eMMC이며 메모리는 LPDDR3 4GB와 8GB 중 선택할 수 있다.
키보드 등 별도 입력장치 없이 바이오스 화면으로 진입해 터치스크린으로 조작이 가능하며 전면에 200만 화소, 후면에 8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별도 판매하는 전자펜을 이용하면 필압감지 기능을 이용해 세밀한 메모나 그림그리기가 가능하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해 최대 8시간 쓸 수 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8.1 프로이며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 대상이다. 색상은 블랙 한 종류이며 가격은 델 온라인 스토어 기준 110만원.
무채색 기반 차분한 디자인
베뉴 11은 델 노트북인 래티튜드나 XPS 등 다른 노트북에서 화면만 떼어낸 것처럼 생겼다. 델 특유의 원형 로고와 무채색으로 차분한 느낌을 준다. 화면 아래 보이는 윈도우 버튼도 다른 태블릿과 큰 차이가 없다. 이어폰 단자나 볼륨 버튼, 미니 HDMI 단자가 달려 있는 것 이외에 USB 3.0 단자를 달아 외부 주변기기를 연결해 쓰기는 나쁘지 않다. 단 화면 크기가 커지고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서 8인치 인텔 태블릿보다는 확실히 무겁다. 와이파이 기준 733.4g이나 나간다.
슬림 키보드나 도킹 스테이션을 연결하면 투인원처럼 키보드를 쓸 수 있다. 도킹 스테이션은 그럭저럭 노트북처럼 쓸 수 있지만 슬림 키보드는 베뉴 11 태블릿을 지지할 부분과 키보드를 펼칠 부분이 모두 필요해 면적을 더 차지한다. 문제는 슬림 키보드를 눌렀을 때 손끝에 느껴지는 느낌이나 부하인데 두께를 줄이기 위해 키 스위치 품질을 희생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키보드때문에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애플 12인치 맥북보다 더 쓰기 힘들다.
성능은 느리거나 불편하지 않을 정도
코어M 프로세서는 소모전력을 아슬아슬한 선까지 낮추면서 성능은 최대한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부팅 속도나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 화면 전환이나 각종 조작에서 답답함이나 지연 현상을 느끼지는 못한다. 간단한 문서작성이나 인터넷, 소셜네트워킹, 혹은 동영상 재생 정도는 무난히 소화한다. 냉각팬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 써도 소음이 들리지는 않는다. 이어폰을 쓰고 터치 인터페이스만 이용해 조작할 것이라면 조용한 도서관에서 쓰기도 좋다.
단 이처럼 냉각팬이 없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동영상이나 게임을 실행하고 나면 화면 뒤가 상당히 따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장시간 켜놓고 있으면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프로세서 성능을 떨어뜨리는 스로틀링이 작동한다. 많은 양의 데이터가 담긴 엑셀 파일이나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은 갈수록 성능이 떨어질 것이다.
부피를 줄여야 하는 투인원 특성상 베뉴 11에도 일반적인 SSD 대신 칩 하나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eMMC가 쓰였다. 리뷰 제품에 달린 128GB 제품은 연속 읽기 최대 440MB/s, 연속 쓰기 최대 110MB/s로 일반적인 용도로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USB 3.0 단자 하나를 달아 OTG 케이블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외장형 저장장치를 연결하는데 지장이 없다.
최대 7시간 쓰고 부하 걸리면 충전 느려져
USB 보조배터리를 꽂아 놓은 상태에서 기기를 이용하며 충전이 불가능한 것은 인텔 태블릿의 특징이다. 베뉴 11 역시 이런 특성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충전 단자는 마이크로USB 단자를 닮았지만 실제로는 19.5V, 1.2A(23W)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용 충전기가 없으면 아예 충전이 되지 않는다. 고속충전기 등에 연결해도 충전은 커녕 조금씩 방전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코어M 프로세서의 배터리 성능이 출시 전 인텔의 설명만큼 놀랍지 않다는 것도 이제는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퓨처마크 파워마크 1.2로 확인한 결과 문서 작성과 동영상 감상 등을 번갈아 실행하는 균형 모드(Balanced mode)에서는 4시간 45분을 기록했다. 간단한 문서 작성만 실행하는 생산성 모드(Productivity Mode)에서는 7시간 45분 쓸 수 있었다. 델이 주장하는 ‘최대 8시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충전에는 2시간 30분에서 2시간 45분 정도가 걸린다. 기본 제공되는 전용 충전기를 연결한다 해도 화면 밝기가 최대이거나, 게임 등 부하가 많이 걸리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면 충전 속도는 느려진다. 적어도 배터리 성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결론 : 충분히 괜찮다. 가격 하나만 제외하면.
코어M 프로세서를 단 제품 치고 좋은 평가를 받는 제품이 드물다. 삼성전자 노트북9 2015 에디션은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원성을 샀고, 애플 12인치 맥북은 키보드때문에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많다.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T300은 가격과 성능, 디자인 모두 무난하고 ‘키보드의 함정’도 비껴갔지만 따로 충전해야 하는 블루투스 키보드와 1.43kg이나 하는 무게가 문제다. 차라리 화면이 분리되는 노트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델 베뉴 11 프로 7000은 어떤가. 휴대성 면에서는 그럭저럭 합격점을 받을만 하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 업데이트나 관리도 쉽다. 하지만 어중간한 성능이나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 등 코어M 프로세서의 ‘지병’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이런 점은 모두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니 그러려니 하자.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가격이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르는 가격만큼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델 미국 웹사이트에서는 현재 같은 제품을 749달러(한화 약 86만원)에 팔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 제품을 110만원에 판다.
물론 미국과 국내 시장 상황이 다르고 주마다 세금이 다르게 매겨진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미 살 사람들은 구매대행, 혹은 배송대행, 해외직접구매를 통해 이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대체 누구에게 팔려고 이런 가격을 매겼는지 실로 궁금하다. 업무에 쓰라고 누군가 쥐어준다면 기쁘게 쓸 수는 있어도, 내 돈으로 사기에는 그래서 망설여진다.
상세 정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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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서 | 인텔 코어M 5Y10c(2.0GHz, 듀얼코어) |
메모리 | LPDDR3 4GB |
그래픽칩셋 | 인텔 HD그래픽스 5300 |
저장장치 | eMMC 128GB |
디스플레이 | 10.8인치 터치스크린 |
해상도 | 1920×1080 화소 |
카메라 | 전면 200만/후면 800만 |
네트워크 | 802.11ac 와이파이, 블루투스 4.0 |
운영체제 | 윈도우 8.1 프로 |
윈도우10 업그레이드 | 무료로 가능 |
배터리 | 38Whr 리튬이온(내장형) |
크기 | 279.8×176.4×10.7mm |
무게 | 733.4g (와이파이 모델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