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타이페이(타이완)=특별취재팀> “썬더볼트 차세대 규격인 썬더볼트 3는 USB-C와 통합될 것이다” 타이페이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타이페이 컨벤션센터, 인텔 기조 연설이 끝나갈 무렵 커크 스카우젠 PC부사장이 던진 한 마디에 청중들이 술렁였다. 2011년 등장한 인텔 독자 인터페이스, 썬더볼트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 광케이블 전송기술 ‘라이트피크’에서 시작해
썬더볼트 기술의 기원은 인텔이 광케이블 전송용으로 개발한 기술인 ‘라이트피크’(Light Peak)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술은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지만 광케이블을 구부러지거나 접을 수 없고 원가도 비싸진다. 라이트피크 기술의 기반은 그대로 두고 광케이블 대신 구리선을 이용한 것이 2011년 초 등장한 썬더볼트다.
썬더볼트는 케이블 하나로 NAS(네트워크 저장장치) 등 저장장치는 물론 디스플레이 장치까지 연결할 수 있고 USB 3.0(5Gbps)보다 두 배 높은 10Gbps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2011년 초 등장한 애플 맥북프로에 처음 탑재된 이후로 지금까지 맥미니, 맥북프로, 아이맥 등 애플 제품에는 빠짐없이 탑재되었다.
썬더볼트가 우수한 인터페이스라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감했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인텔 독자 규격인데다 사실상 애플 제품 이외에는 쓰이는 곳이 없었다. 인텔이 진행하는 썬더볼트 인증 프로그램을 통과한 주변기기가 지금껏 250개에 불과할 만큼 저변도 약했다. 2미터에 불과한 케이블 가격이 5만원이 넘을 정도로 가격도 비쌌다. 설상가상으로 썬더볼트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애플도 12인치 맥북프로에 USB-C 단자 하나만 남기고 사실상 등을 돌렸다.
4K 모니터 두 대 동시에 연결한다
인텔이 2일 발표한 썬더볼트 세 번째 규격, 썬더볼트 3(개발명 알파인 리지)는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단자 모양을 USB-C로 바꿨다. 지금까지 썬더볼트가 써 왔던 디스플레이 미니 단자를 버린 것이다.
최대 전송 속도는 썬더볼트 2의 두 배인 초당 최대 40Gbps로 올라갔다. 초당 전송 속도가 올라가면서 화면주사율이 60Hz인 4K 모니터 두 개, 혹은 5K 디스플레이 하나를 연결해 쓸 수 있게 됐다. 단 최대 속도를 끌어내려면 40Gbps 전용 케이블이 있어야 한다. 보다 안정적인 전송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광케이블도 개발중이지만 2016년이나 되어야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썬더볼트 외장 그래픽카드 다시 빛 볼까
썬더볼트 3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썬더볼트 단자에 꽂아 쓰는 외장 그래픽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텔 내장그래픽 칩셋만 단 투인원 노트북에 게임을 즐길때만 꽂아서 그래픽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이런 시도가 마냥 기발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2011년 소니가 출시한 노트북 ‘바이오Z’가 옵션으로 내세웠던 ‘파워미디어독’(Power Media Dock)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라이트피크 기술을 커스터마이징해 내장한 이 노트북에 일종의 도킹 스테이션인 파워미디어독을 연결하면 AMD 레이디언HD 6650M GPU와 블루레이 드라이브, HDMI, VGA, 기가비트 이더넷, USB 단자가 추가되고 다중 모니터 구성이 가능해진다.
이날 행사장에는 윈도10이 설치된 노트북에 연결된 AMD 외장 그래픽카드가 등장했다. 그래픽칩셋(GPU) 양대 시장의 또다른 강자인 엔비디아는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텔 관계자는 “시연 단계에서 AMD가 핫플러그 가능한 드라이버를 제공해 주었다. 엔비디아가 썬더볼트 3 방식으로 연결되는 외장 그래픽카드를 만들겠다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