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셀카봉(셀피스틱)이 스마트폰 필수 액세서리로 꼽혔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한 관광지에서 너도 나도 셀카봉을 펼쳐 사진을 찍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WWDC 등 여러 행사에서는 셀카봉을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타임지는 2014년 10대 발명품 중 하나로 셀카봉을 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요란스럽던 셀카봉이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셀카봉을 펼쳐드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바로 ‘손떨림’입니다.
■ 그 많던 셀카봉은 다 어디로 갔을까
스마트폰 앞에 달린 카메라는 손떨림 현상을 낮춰주는 장치를 보통 안 달아 놓습니다. 물론 손으로 스마트폰을 붙잡고 셀카를 찍을때는 이런 약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셀카봉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높이 들어올리면 손떨림이 그대로 스마트폰에 전달되어 모처럼 힘겹게 찍은 사진을 망치는 일도 흔히 일어납니다.
이런 점은 요즘 유행인 생방송, 혹은 생중계에도 적지 않은 난관이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페이스북 라이브나 유튜브 라이브, 혹은 영상통화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불과 몇 분만 지나면 점점 손에서 힘이 빠지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손떨림이 영상에 그대로 전해집니다.
스마트폰을 아무리 조심해서 잡아도 이 떨림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좀처럼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손떨림이 큰 화면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영상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멀미를 불러오기도 하죠.
이런 일을 막아 주는 것이 바로 짐벌입니다. 손떨림이 전해지는 방향을 감지해 스마트폰까지 전해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죠.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바로 창을 닫으실 분들이 많아 생략하지만, 어쨌든 TV에서 보던 근사한 영상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2축 짐벌에 부가기능 결합
짐벌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많습니다. 문제가 딱 하나 있죠. 바로 가격이 만만찮게 비싸다는 겁니다. 스킨플레이어가 지난 11월 말에 출시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태빌라이저 S1 역시 만만치는 않습니다(12만 9천원). 그러나 그 내용물을 들여다 보면 상당히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스마트폰은 가로·세로 방향 모두 장착해서 쓸 수 있고 제법 두껍거나 무거운 케이스를 끼운 상태에서도 잘 작동합니다. 스마트폰 지지대에 대고 지긋이 누르면 자동으로 스마트폰 너비에 맞게 길이가 조절됩니다.
보통 고가 제품은 거의 모든 방향의 떨림을 잡아 주는 3축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두 개의 축만 써서 떨림을 잡아줍니다. 다시 말해 좌우로 흔들리거나, 혹은 회전하는 방향만 잡아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시험삼아 손에 잡고 이리 저리 돌려 보니 나름대로 떨림도 잘 잡아 주는 편입니다. 물론 고가 제품과 비교하면 품질 차이는 피할 수 없지만, 가격을 생각해 보면 제법 훌륭한 편입니다.
■ 보조배터리·LED 램프까지 내장
부가 기능을 살펴볼까요. 가장 유용해 보이는 것이 바로 보조배터리 기능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생방송을 하다 보면 금새 스마트폰 배터리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여기에 보조배터리까지 매달다 보면 무겁고 귀찮죠.
그러나 이 제품은 아예 대용량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어서 충전과 생방송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영상을 찍을 때 유용한 전면 LED 기능도 쓸 수 있습니다. 뷰티 유튜버라면 제품 뒤에 매달린 작은 원형 거울도 의외로 쓸만할 것 같습니다.
제품 아래 보이는 나사구멍은 1/4인치라 해서, 보통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다시 말해 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물체를 찍고 싶다면, 이 구멍에 맞는 지지대를 구한 다음 잘 끼워서 고정하면 됩니다. 단 짐벌과 스마트폰 무게를 버틸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제품이 필요하겠죠?
이 제품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만약 셀카를 찍고 싶다면 타이머를 쓰거나, 혹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서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물론 영상 촬영을 주 목적으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리켜 단점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다소 억지일 것 같습니다.
■ 나를 찍어주는 스마트폰은 언제쯤⋯
3년 전 이맘때, 주인을 알아서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어준다는 기특한 드론인 자노(ZANO)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최대 30미터로 15분, 최고 속도 시속 40km로 날아다닌다던 이 드론은 41억이나 끌어모았지만 결국 상품화에는 실패했습니다. 급기야 프리랜서 기자가 투입되어 진상을 조사하는 등 한 바탕 소동이 일었죠.
짐벌도 좋고 셀카봉도 좋습니다. 그런데 아무튼 무언가를 스마트폰에 달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이 귀찮습니다. 몇 년 전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봤던 기특한(?) 스마트폰처럼, 내 주위를 날아다니며 고화질 동영상을 찍어주는 스마트폰은 과연 언제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