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CNET Korea) 2016년의 마지막 금요일이 어김없이 다가왔습니다. 육십간지로 따지면 丙申年(병신년)이라 그랬는지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해도해도 용서가 안되는’ 말타는 아이 하나가 나라 안을 헤집더니 결국 촛불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실로 싸늘한 연말입니다.
씨넷코리아도 1년간 가장 말을 안 듣고 ‘웬수같은’ 시기인 미운 세 살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여전히 독자 여러분들에게 사랑 받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합니다.
주말과 함께 역사로 사라질 2016년, 과연 어떤 일이 우리를 놀라게 하고, 화나게 했을까요? 지난 1년간 씨넷코리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드린 소식 중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댓글을 달고 공유한 기사, 혹은 널리 퍼져나간 기사를 추렸습니다. 씨넷코리아의 독단과 편견, 독설도 함께 곁들였습니다.
포켓몬 고 열풍, 속초로 떠나라
올 7월 초, 온 지구촌 게이머를 들썩이게 한 스마트폰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닌텐도와 구글, 나이안틱랩이 함께 개발한 AR(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입니다.
주위 사물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피카츄 라이츄 꼬부기⋯ 등등을 잡을 수 있다는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죠. 포켓몬을 잡으려다 시체를 발견하는가 하면 옆에서 출산하는 아내를 제쳐두고 포켓몬 잡기에 열중한 트레이너도 있었습니다.
포켓몬 고 열풍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울릉도 일부와 강원도 속초에서 포켓몬 고가 실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속초로, 속초로 달려갔습니다. 광화문 거사 장유(醬油, 간장) 한선생은 “새벽 바다에 나가 진짜 속초나 느끼고 돌아오라“며 준엄하게(?) 꾸짖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포켓몬 고 열풍은 미국 보조배터리 업체도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올 하반기 내내 지구를 휩쓴 이 게임, 포켓몬 고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12월 20일 심야에 일본에서 방영을 마쳤고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방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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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두 스마트폰의 몰락
정초부터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뒤흔든 씨넷코리아 특종, 기억하시나요? 바로 LG전자 스마트폰 G5가 모듈식 배터리를 장착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 많은 소비자들은 ‘이게 혁신’이라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난 G5는 많은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초기 물량 부족으로 추진력을 잃었고, 부실한 마감과 기판 문제로 인한 무한 재부팅 문제가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결국 LG전자는 모듈식 배터리 실험을 접고 G5 친구들을 헐값에 내다 팔아야 했습니다.
삼성전자에도 올해는 잔혹한 한 해였습니다. 아이폰7을 잡겠다며 한 달 앞서 화려하게 등장한 갤럭시노트7은 결국 소비자들의 시간을 뺏고, 안전을 위협하고, 돈을 낭비하게 만드는 대역죄인으로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과감한 결단’이니, ‘선제적 조치’니 칭찬하기 바빴지만, 실제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부실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현실, 여전히 갑갑하네요. 새해에는 좀 멀쩡한 스마트폰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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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리고, 구멍나고, 또 도둑맞고⋯
이제는 유무선공유기조차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2015년에는 국내 점유율 1위인 아이피타임 제품이 말썽이더니, 올해는 해외 직구족에게도 익히 알려진 넷기어 고성능 제품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유무선공유기 펌웨어 업데이트, 언제 하셨는지 가물가물하다면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5년 내내 심심하면 말썽을 피우던 어도비 플래시는 올해도 여전했습니다. 이제 맥OS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는 아예 어도비 플래시를 기본으로 꺼 놓습니다. 국제 전시회인 MWC 상하이 2016에 등록했던 참관객 정보가 털리는 일도 일어났고, 우리가 매일 쓰는 무선 키보드를 통해 데이터가 새어 나간다는 사실도 충격을 줬죠.
새해에는 악성코드 걱정을 한 시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7년간 활개치면서 전세계에 악성코드를 뿌려댔던 서버들이 FBI 등 국제 사법 당국에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죠. 구글도 가짜 백신이나 허위 업데이트로 소비자를 낚는 사이트 차단에 나섰습니다. 그래도 보안 소프트웨어는 PC에 꼭 설치하시고 이상한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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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부터 채팅봇까지, 인공지능 열풍
올 한해는 이세돌 九단을 꺾은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최악의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아니냐는 음모론(?)마저 돌았고 이세돌 九단마저 제압한 알파고를 일컬어 ‘알사범’이라는 존칭도 나왔습니다.
문제는 그저 뭐만 잘 된다고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숟가락을 얹으려 드는 분들인데요, 알파고가 잊혀질 만 하니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면서 너도 나도 나섰습니다. 물론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죠.
인공지능과 채팅을 결합한 로봇 서비스, 챗봇도 한바탕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일본에서는 날씨를 알려 주는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봇인 ‘아이리’가 등장했고, 한국에서는 채팅만으로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서비스인 ‘얌얌’이 가동에 들어갔습니다.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잘못된 지식을 배우면 어떻게 될지 그 결말을 미리 보여 준 사례도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채팅봇인 ‘테이’는 인종차별이나 대량 학살처럼 영 좋지 않은 지식만 흡수한 탓에 2주만에 가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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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예전같지 않아요
콩나물을 닮은 무선 이어폰, 3.5mm 이어폰잭을 없애버린 아이폰7, 터치 먹통이 되는 아이폰6 플러스, USB-C 단자만 늘어선 맥북프로⋯ 애플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자꾸 나옵니다. 심지어 어댑터 끝의 플러그는 감전 위험이 있다면서 리콜 조치를 당하기도 했죠. 아이폰의 터치ID 센서를 교체하면 먹통이 되는 오류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아, USB-C 충전케이블 오류 문제도 있었고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이 애플 관련 리콜 소식만 모아도 한 페이지가 넘을 것 같습니다. 일일이 링크를 걸기조차 손이 아플 지경입니다. 조금 더 제품에 신경을 써 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2016년에도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애플 서비스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8월에는 애플 뮤직 서비스가 미국 정식 출시 1년 1개월만에 국내에도 들어왔지만 여러 사정으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보유한 곡이 적습니다. 올해 안에 들어온다던 애플페이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언제가 될지 모를 애플스토어 한국 오픈입니다. 서울 가로수길 대로변에 애플코리아가 20년간 땅을 빌린 것만은 맞지만, 애플이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명심하세요. 애플 소식에는 ‘뇌피셜’도, ‘카더라’도, ‘지인 통신’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기다리다 보면 어느날 아침 이상한(?) 뉴스가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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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소식들 일곱 개
☐ SK텔레콤은 대체 언제 나왔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아이폰4를 새로 출시한다며 생색을 내다가 댓글 맛을 제대로 봤습니다.
☐ 사물인터넷 기기인 네스트에 숨은 버그는 소비자들을 엄동설한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 올해는 이메일을 처음 발명한 레이 톰린슨이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합니다.
☐ 닌텐도 패미컴 복각판은 출시되자마자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되팔렘들 참 대단하죠?
☐ 베네수엘라 윈도우10으로 한 몫 챙겨보려던 이들은 큰 낭패를 봤습니다.
☐ 서로 한 몫 챙기려던 랜섬웨어 범죄자들이 팀킬전을 벌였네요. 경쟁자들이 개발한 랜섬웨어 암호화 해제에 필요한 키를 대량으로 풀어버렸습니다.
☐ 더 이상 CD를 사지 않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로 음악을 구매하는 이들 때문에 ODD 업체가 몰락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한 해도 씨넷코리아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해도 씨넷코리아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년 정유년에도 보다 알찬 기사, 유익한 꿀팁, 재미있는 영상과 다채로운 행사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