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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에 더 이상 ‘M’은 없다

데스크톱과 같은 구조·성능 갖춘 노트북 GPU 공개

엔비디아가 노트북용 그래픽칩셋을 더 이상 따로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지금까지 게임용 노트북에 탑재되던 그래픽칩셋(GPU)은 데스크톱과 같은 모델명이 매겨졌다 해도 그 성능에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3D마크 등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측정해 보면 한 세대 전 데스크톱용 그래픽칩셋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성능을 냈었다.

일부 게임용 노트북은 그래픽칩셋을 두 개 연결해 성능을 끌어 올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데스크톱 PC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런 상식 아닌 상식은 머지않아 옛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2015년 9월에 이어 1년만에 데스크톱용과 동일한 성능을 내는 노트북용 그래픽칩셋 투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더 이상 ‘M’은 없다

엔비디아가 올해 시장에 투입하는 그래픽칩셋은 지포스 GTX 1060, 1070, 1080 등 지금까지 나온 데스크톱용 그래픽칩셋과 완전히 동일하다. 정식 발표에 앞서 지난 9일 방콕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엔비디아는 “올해 노트북에 투입되는 그래픽칩셋의 내부 구조는 데스크톱용과 완전히 똑같다. 노트북 뒤에 붙던 알파벳 ‘M’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설명했다.

노트북용 지포스 GTX 1060, 1070, 1080 칩셋은 데스크톱과 마찬가지로 TSMC 16nm 핀펫 공정에서 만들어지며 내부 구조도 동일하다. 데스크톱용 지포스 GTX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성능 향상과 전력 효율성도 그대로 물려 받았다. 단 전원 어댑터와 배터리로 전원을 공급받는 노트북 특성을 고려해 동작 클럭을 조금 낮추는 대신 성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쿠다 코어 수를 늘리는 등의 차이는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에 투입하는 노트북용 지포스 GTX 칩셋은 전 세대에 비해 최대 75% 가량 성능을 끌어올렸다. 지포스 GTX 980을 SLI로 두 개 연결해야 얻을 수 있었던 성능을 이제는 지포스 GTX 1080 칩 하나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력 소모는 지포스 GTX 980을 하나 썼을 때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노트북용 지포스 GTX 1060, 1070, 1080은 동작 클럭과 쿠다 코어 갯수에 다소 차이가 있다.

풀HD 120 프레임, 4K 50프레임 이상…”성능이 미쳤다”

데스크톱 PC와 큰 차이 없는 그래픽 성능을 노트북에서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밀어내고 FPS(일인칭시점슈팅) 게임의 최고 인기작이 된 오버워치부터 시작해 둠(2016), 툼레이더 등 최신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노트북 따로, 데스크톱 PC 따로 장만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엔비디아 관계자는“성능이 미쳤다(insane)”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실제로 현장에 전시된 게임용 노트북 신제품으로 각종 게임을 실행해 본 결과는 한 마디로 ‘명불허전’이다. 초당 120Hz 화면 표시를 지원하는 G싱크 기술이 내장된 노트북에서는 둠(2016) 실행시 초당 120 프레임 이상이 나왔고 4K 패널이 달린 노트북에서 오버워치를 최고 사양에서 실행해도 초당 50프레임을 가볍게 넘는다.

이런 기본 성능에 만족할 수 없다면 노트북 제조사가 주는 오버클럭 프로그램을 이용해 성능을 끌어올리면 된다. 지포스 GTX 980에 비해 지포스 GTX 1060-1080 칩은 기본 클럭에서 최대 300MHz 이상 오버클럭이 가능하다. 보다 편하게 최고 성능을 뽑아내고 싶다면 데스크톱용 그래픽카드를 살 때처럼 아예 오버클럭이 된 상태로 나오는 제품을 고르면 된다.

풀HD에서 초당 140 프레임 이상으로 게임이 돌아간다.

진정한 노림수는 VR

물론 엔비디아가 단순히 3D 게임만 바라보고 고성능 그래픽칩셋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정작 엔비디아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VR(가상현실)이다. 이번에 나온 노트북용 지포스 GTX 칩셋은 데스크톱용과 마찬가지로 VR을 위한 모든 기능을 그대로 지원한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를 연결한 다음 프로그램만 실행하면 된다.

예전에는 VR 환경을 설치하려면 데스크톱 PC를 조립해서 무거운 모니터까지 한데 엮어 놓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PC 본체보다 훨씬(?) 가벼운 2.3-3kg대 노트북과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만 챙겨 다니면 된다. 결과물을 시연할 때마다 PC를 등지고 다녀야 했던 개발자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노트북용 지포스 GTX 1060 칩은 그동안 게임용 노트북이 가지고 있었던 ‘두껍고 무겁다’는 이미지도 바꿀 수 있다. 지포스 GTX 1060 칩을 단 노트북은 기존 슬림노트북과 두께는 큰 차이가 없지만 훨씬 강력한 게임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레노버, 에이수스, HP, 에이서, 레이저 등 10개 이상의 유명 제조사가 100개 이상의 노트북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트북에서도 데스크톱과 다름없는 VR을 즐길 수 있다

AMD는 울상 “이젠 노트북 시장마저…”

엔비디아가 데스크톱과 거의 차이가 없는 노트북용 그래픽칩셋을 두 세대에 걸쳐 내놓으면서 AMD는 다시 한 번 시련을 맞게 됐다. 현재 대부분의 고성능 게임용 노트북은 최적화 문제 때문에 대부분 엔비디아 칩을 쓴다. AMD 그래픽칩셋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곳은 애플 이외에 찾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사 관계자는 “하드코어 게이머는 드라이버 안정성이나 엔비디아의 게임 개발자 지원 등 여러 사항을 따져본 뒤 결국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고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AMD는 제조사에 공급하는 단가를 낮춰 보급형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점점 더 입지를 확보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0개 이상의 유명 제조사가 100개 이상의 노트북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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