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현재 윈도우10, OS X, iOS, 안드로이드 등 대부분의 컴퓨터나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문자 체계로 유니코드를 쓴다. 한 문장 안에 여러 나라 국가 언어를 자유롭게 섞어서 쓸 수 있고 문자 깨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니코드는 여러 나라 문자 뿐만 아니라 각종 그림문자(에모지)도 함께 담고 있다. 그림문자에 어떤 그림이 추가될 것인지는 비영리 기관인 유니코드 컨소시엄이 결정한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본 모양 그림문자가 ‘의식 고취 리본’이라는 이름으로 추가되기도 했다.
콘돔 업체인 듀렉스는 최근 공개서한을 통해 유니코드 컨소시엄에 콘돔 모양 그림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공개서한에서 듀렉스는 콘돔 모양 그림문자가 십대 청소년들에게 시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해서 성병과 후천성면역결핍증(ADIS)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듀렉스의 활동을 마냥 재미있게 볼수만은 없다. 바로 듀렉스가 레킷밴키저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레킷밴키저 한국법인인 옥시레킷밴키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1년에 유독성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고, 회사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꾸고, 모르쇠로 일관하다 5년이 지난 2016년 4월에야 ‘공식’으로 사과했다.
지난 5월 초순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이 영국 레킷밴키저 본사를 찾아 항의시위를 벌였고 불매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다른 쪽에서는 “성병과 후천성면역결핍증을 막기 위해 그림문자에 자기 제품 그림을 넣어달라”고 주장하는 풍경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