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보통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을 가리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기록으로 경쟁하고 메달을 다투는 프로 마라토너가 아닌 이상 종점만을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뛰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술 더 떠 뒤에서 쫓아오는 ‘술래’를 피해 무한히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 있다. 바로 윙스포라이프 월드런이다.
윙스포라이프 월드런은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연구를 지원하는 윙스포라이프 재단을 돕기 위해 매년 열린다. 수익금 전액이 윙스포라이프 재단에 기부되는 데다 레드불도 이 대회를 공식 후원한다.
이 마라톤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한날 한시에 지구 곳곳에서 모든 사람이 동시에 출발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골인할 목표점도 없다. 하지만 참가자들을 쫓아오는 술래 역할을 하는 캣처 카에 따라잡히는 순간 마라톤을 마쳐야 한다.
캣처 카는 마라톤이 시작된 지 30분 뒤부터 출발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속도를 높여 마지막 한 명이 탈락할 때까지 달린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 F1 드라이버나 유명 운동선수가 캣처 카를 몬다.
이 행사는 2014년부터 시작됐고 첫 해 5만 3천 명, 다음해인 2015년 1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올해는 한국 시간으로 5월 8일 오후 8시부터 전세계 34개 나라에서 진행된다. 2014년 한국에서도 5월 4일 저녁 7시에 영암 F1 경기장에서 해남만 간척지 일대를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전면 취소되었다.
한국처럼 공식 행사가 열리지 않는 곳에서도 참여할 방법은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으로 개발된 ‘윙스포라이프 월드런 – 셀피 런’ 앱을 설치하고 같은 시간에 뛰면 된다. 이 앱을 실행하면 페이스와 달린 거리가 측정되며 근처의 참가자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작한지 30분 뒤에는 가상 캣처 카가 당신의 등 뒤를 노린다. 앱은 무료지만 대회를 재미있게 즐겼다면 기부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