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소문만 무성하던 4인치 아이폰이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이 쿠퍼티노 시간으로 21일(한국시간 22일 2시) 선보인 아이폰SE는 아이폰5・5s와 큰 차이가 없는 외관에 A9 프로세서와 1천200만 화소 카메라, 애플 페이 등 최신 성능 하드웨어를 모두 담았다.
애플이 4인치 아이폰을 공개한 것은 2013년 아이폰5s 이후로 3년만이다. 매년 9월마다 “이번만은⋯”하고 기다리던 소비자들, 혹은 루머를 믿고 4인치 이하 아이폰에 머물러 있던 소비자들이라면 반길만 하다.
왜 애플은 5인치 스마트폰이 주류로 자리잡은 2016년에 4인치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까. 그 이유를 짚어 보았다.
4.7인치로도 한 손 조작은 어렵다
아이폰6S 화면 크기는 4.7인치다. 하지만 성인 남성이 아무것도 씌우지 않은 아이폰6S를 한 손으로만 쓰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양 끝단 키를 빈번히 눌러야 하는 키보드 조작은 양손으로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아이폰을 있는 그대로 쓰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아이폰을 떨어뜨리거나 외부에서 충격을 줄 경우 화면이 파손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다들 케이스를 끼워 쓴다. 하다 못해 범퍼 케이스라도 씌워야 안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케이스를 씌울 경우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체감 크기는 이미 5인치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다. 무게 뿐만 아니라 가로로 늘어나는 크기가 문제다. 결국 한 손으로 모든 것을 조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남성에 비해 손 너비가 10mm 이상 작은 여성들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여전히 시장은 “5인치 천하”
문제는 주요 제조사들 중 4인치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올 상반기 나온 스마트폰만 살펴봐도 5.1인치(삼성전자 갤럭시S7), 5.3인치(LG전자 G5) 등 5인치를 조금씩 넘어선다.
이렇게 제조사들이 5인치 스마트폰을 계속 내놓는데는 소비자들의 선호도 문제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2015년 12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5년 상반기에 미국과 영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한 스마트폰 크기는 1위가 5.3인치, 2위가 5인치, 3위가 5.5인치였다.
하지만 이 자료에서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현재 쓰는 기기보다 아주 조금 더 큰 기기에 관심을 보였다”는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극단적으로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4인치 스마트폰, 고성능이면 안되나요
4인치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들이 마주하는 문제는 또 있다. 제품이 다양하지 않은데다 막상 성능을 살펴보면 최신 스마트폰보다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전의 프로세서가 들어가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플래그십 모델과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결국 쓸만한 스마트폰을 찾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시 5인치 스마트폰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이폰SE는 이런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해상도는 1136×640 화소로 다소 낮지만 불과 반년 전 출시된 아이폰6S와 같은 A9 프로세서와 1천2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라이브포토와 항상 켜진 시리 기능, 애플페이도 된다. 현재 시장에 나온 4인치 스마트폰 중에서는 가장 고성능이다.
디자인 면에서도 여러 이점이 있다. 3D 터치 기능은 없지만 카메라가 튀어나오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사모았던 다양한 케이스를 재활용할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 싸게 팔리는 다양한 케이스를 쉽게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케이스를 씌워도 한 손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4인치 스마트폰 시장, 다시 들썩일까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5인치 스마트폰 시장은 2011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출시를 기점으로 무섭게 커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던 스마트폰은 2013년 베가 NO6, 2014년 넥서스6 등 6인치까지 뻗어나갔지만 결국은 5인치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이렇게 5인치로 굳어진 스마트폰 시장에 아이폰SE가 다시 4인치로 시장에 돌아왔다. “한 손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까지 다시 꺼내지 않아도, 빠르고 작은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에게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틈새 시장’이 된 4인치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