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김상연 기자) 공포 영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서양에서는 좀비나 뱀파이어 같은 것이 있고, 동양에서는 귀신이나 강시 같은 소재도 있다. 이렇듯 초자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 그렇다.
“도대체 컴퓨터가 왜 무서운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를 추천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귀신을 능가하는 공포를 선사한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지만, 사람의 제어가 되지 않는 기술은 그 반대다. 지금부터 나열하는 영화들이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단, 모든 영화가 재미있어서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15. 킬 위드 미
원제는 언트레이서블(Untraceable)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킬 위드 미’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프리카TV 쯤 되는 한 생중계 UCC 사이트를 통해 살인마가 사람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모습이 생중계된다는 설정이다. 별풍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영화 속 살인마는 사람이 많이 접속하면 할 수록 고문 피해자가 더 빨리 죽게된다는 끔찍한 게임을 네티즌들에게 제안한다. “살인마님. 빨리 피해자에게 사과하세요”
14. 트론
트론은 무려 1982년에 개봉한 고전영화다. 같은 해 애플은 ‘리사’라는 오늘날 매킨토시의 전신이 된 최초의 GUI 기반 PC를 내놓았다. 천재 게임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이 스스로 진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컴퓨터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가 그 안에서 목숨을 건 게임을 펼친다.
이 영화의 무서운 포인트는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괴한 컴퓨터 그래픽(CG) 화면과 컴퓨터가 자아를 가진다는 설정 그 자체다. 이러한 설정은 그 이후 매트릭스를 포함한 수많은 SF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13. 해커스
흉악한 연쇄살인마이자 컴퓨터 엔지니어인 칼은 교통사고를 당해 후송 중 컴퓨터로 정밀조사를 받다가 과전류로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그러나 죽은 연쇄살인마의 영혼이 부활해 컴퓨터 온라인을 타고 온갖 해킹을 저지르면서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지금 보면 꽤나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무려 1993년에 개봉했다. 이후 출간된 인기소설 ‘퇴마록’에도 이와 유사한 주제를 다룬 에피소드(퇴마록 세계편 3권 – 아라크노이드)가 나온다.
12. 이블스피크
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준비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비밀스럽고 구하기 힘든 희귀하고 징그러운 재료나 피 혹은 신체의 일부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서는 컴퓨터다. 1981년에 개봉한 컬트 호러영화 ‘이블스피크’는 일단 영화 포스터만 봐도 무섭다.왕따를 못견딘 학생이 컴퓨터로 악마를 불러내고 교신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당시 컴퓨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컴퓨터를 얼마나 무서운 물건으로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11. 트랜센던스
지금까지 너무 옛날 영화만 소개했다면, 비교적 최신작 중에는 트랜센던스가 있다. 역시 늘 인류에게 무서움을 주는 자아를 가진 컴퓨터를 소재로 다룬 영화다. 인류가 이루어 낸 수억년의 지적능력에 자아까지 가진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 완성을 눈 앞에 둔 주인공이 반과학단체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아내가 그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해서 다시 살린다는 내용이다.
사람의 뇌를 마치 외장 하드디스크 쯤으로 생각하는 비현실적인 설정과 누구나 한번쯤 상상할 법한 망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말을 알려준다.
10. 아이, 로봇
“자아를 가진 로봇을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주제는 그동안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뤄졌다. 로봇은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했지만, 결국 인간이 스스로 완전치 못한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영화에서 인류가 로봇에게 핍박을 받지만,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이로봇’만큼 자아가 가진 로봇의 행동 방식을 설득력있고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은 없었다.
9. 하드캔디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과 함부로 만나는 거 아니라는 뼈저린 교훈을 주는 영화. 소아성애자인 30대 남성이 인터넷에서 알게된 10대 여자애를 음흉한 마음으로 만나서 어떻게 해보려다 제대로 역관광 당하는 영화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왠지 가볍거나 야한 영화같지만, 실제로는 주인공들의 어마어마한 연기력에 영화가 끝날때까지 압도당하게 된다.
8. 스테이 얼라이브
호러 게임 속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는 나름 참신한 설정으로 출발한 영화. 그러나 미국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공포영화 안 만들기로 유명한 디즈니에서 제작했다는 것도 관심을 모았다. 무섭고 잔인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고 한다.
7. 네트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일단 겁부터 먹는다. 인터넷이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1995년에도 그랬다. 한때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로 주가를 올린 산드라 블록 주연 ‘네트’는 네트워크 상의 모든 개인 정보를 삭제하면, 그 사람의 존재 조차도 삭제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출발한 영화다. 물론 2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많은 개인정보가 돌아다녀서 공포다.
6. 펄스
얼마전 인터넷에서 “컴퓨터 바이러스가 인간한테 옮는 소리하고 있네”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해 진짜 사람이 죽는다. 일본영화 ‘카이로’를 리메이크한 펄스는 하나도 안 무섭고 재미없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무려 3편까지 만들어졌다.
5. 데몬시드
딘 쿤츠의 소설을 원작으로 1977년에 개봉한 영화 ‘데몬시드’는 숨겨진 보석과 같은 영화다. 당시 컴퓨터에 대한 대중들의 공포심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극중에서 인간이 되고 싶었던 컴퓨터 ‘프로메테우스4’는 한 부부를 인질로 잡아 여성에게 자신의 기계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한다. 그렇게 낳은 아이는 흉측한 기계가 아니라 오히려 죽은 딸의 모습이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딸과 외모가 흡사한 기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부는 죽이지 못하고 갈등한다. 죽은 딸을 살려낸 것처럼 보이는 컴퓨터는 과연 인류의 축복인가, 혹은 악마의 씨앗인가? 지금도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4. 브레인스캔
어느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게임 CD가 배달되고, 그것을 실행했더니 게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게임인가 보다 하고 얼떨결에 살인을 했더니, 실제로 누가 죽었더라. 요즘은 웬만한 인터넷 소설에서도 안쓸법한 진부한 설정이지만 영화 ‘브레인스캔’은 무려 20년도 넘은 1994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터미네이터2에서 존 코너로 이름을 알린 미소년 에드워드 펄롱의 미모를 감상하기에도 좋은 영화다. 마지막 반전도 깔끔하다.
3. 시티즌포
귀신이 아무리 무섭다지만, 사실 인생을 살다보면 인간이 가장 무섭다. 영화 ‘시티즌포’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를 수집 행태를 폭로한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뤘다. 개봉은 2014년에 했지만, 올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면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될만한 영화다. 어쩐지 남 일 같지가 않더라니…
2. 피어닷컴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어나간다. 죽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피어닷컴’이라는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다는 것.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2002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2000년 닷컴열풍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쪽박 찬 사람들의 공포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영화 포스터는 대단히 무섭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게 많이 무섭지 않다.
1. 레지던트 이블
대망의 1위는 레지던트 이블이다. 일본 게임회사 캡콤이 만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바이오 하자드’의 설정을 그대로 이어받은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초국적 제약회사 엄브렐라에서 치명적 바이러스가 유출된다. 슈퍼컴퓨터 레드퀸은 바이러스 유출을 막기위해 스스로 연구소를 봉쇄하고, 감염을 막기 위해 연구소 안의 모든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다. 제 5원소의 히로인 밀라 요보비치가 열연한 이 오래된 영화 역시 올해 우리나라에서 다시 보면 더욱 높은 몰입감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