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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소니 하이파이 메모리카드 국내 출시

소리가 좋아진다는 “슈뢰딩거의 메모리카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이 제품이 일본 출시 3개월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씨넷코리아=권봉석 기자) 오디오만큼 각종 황당한 미신이 넘치는 동네가 또 없다. 이를테면 4년 전인 2011년 한 PC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는 “은으로 만든 SATA 케이블을 쓰면 소리가 좋아진다”며 자체 제작한 케이블을 고가에 판매하다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음원 파일을 여러 번 복사하면 소리가 나빠진다”며 공개 청음을 제안했던 한 재야 전문가는 공개 검증을 며칠 앞두고 몸을 사렸다. 심지어 “개조한 랜카드를 꽂으면 소리가 달라진다”며 24만원짜리 랜카드를 판 인터넷 쇼핑몰도 있었다.

이런 상품들은 대부분 디지털 음원 파일이 실제 어떤 경로를 거쳐 재생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을 노린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발에 채일만큼 흔한 천원짜리 SATA 케이블을 꽂는다 해서 프로세서나 사운드카드로 전송되는 데이터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음원 파일을 복사해서 소리가 나빠진다면 이미 비트토렌트 등 P2P로 공유되는 수많은 영화나 음악은 이미 희미한 잡음만 남기고 사라졌을 것이다.

소니코리아가 15일 국내 출시한 프리미엄 마이크로SD카드, ‘SR-64HXA’에 대한 시선도 썩 곱지 않다. 마이크로SD카드를 바꾸면 소리가 좋아진다는 설명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더 나은 소리’를 위한 접근 방법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소니코리아 설명을 그대로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SR-64HXA는 소니의 고음질 설계 기술과 철저한 생산관리 아래 최고의 부품과 소재를 사용해 일렉트로닉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억제한다. 일렉트로닉 노이즈는 플레이어가 외장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는 음원 파일을 읽는 동안 발생하는 전기적 잡음신호로, 플레이어의 부품과 회로의 정상적인 동작을 방해하며 음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소니는 SR-64HXA를 통해 외장메모리 사용 환경에서도 내장 메모리 수준의 잡음 없이 맑고 깨끗한 음감을 실현했다.

SR-64HXA의 작동 원리를 설명한 그림.

조금 난해하지만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파일을 읽고 쓸 때마다 마이크로SD카드와 컨트롤러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잡음이 이어폰이나 헤드폰까지 전달될 수 있는데 이 노이즈를 기본 내장 메모리 수준으로 낮췄다는 것이 소니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마이크로SD카드에서 생기는 잡음을 낮췄다는 것이다.

일본 오디오 평론가 ‘노무라 켄지’의 평가.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음향기기 담당) : “노이즈가 줄어들고 고음이 선명해졌다”

이런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의심스럽다. 일본 오디오 평론가인 노무라 켄지는 2월 19일 “ZX2로 처음 듣는 곡을 이용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행해 봤지만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S/N 비율이 향상되기 때문에 보컬의 억양과 공간표현의 넓이에서 차이가 잘 드러난다”고 평가하기도 했으며 지난 3월 간이 청음 테스트에서는 미세하나마 차이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 극히 어렵다.

SR-64HXA의 소니스토어 정가는 17만 9천원이며 SD카드 리더에 꽂아 쓸 수 있는 어댑터인 SRAC-A1이 함께 제공된다. 진정한 오디오 마니아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슈뢰딩거의 메모리카드’에 가깝다. 차라리 이어폰이나 헤드폰, 혹은 음원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권봉석 기자bskwon@c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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