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넷코리아=봉성창 기자) 보통 개인이나 기업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주변에 아는 기자가 없는지 찾아본다. 언론을 통해 어떤 사건을 공론화 시키고 싶은 것이다. 이를 언론플레이라고 한다. 언론사가 없다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소비자의 말에 겁을 먹기도 한다. 갈등이 더욱 깊어지면 결국 법원을 찾아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한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이 다른 기업에 의해 무단으로 표절당했다고 느꼈을 때 좀 더 색다른 방법을 택했다. 바로 자신의 특기인 ‘디자인’으로 풀어낸 것이다.
기업 CI 디자인 전문 기업인 토탈임팩트의 차재국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 차 전문 기업 ‘타바론’에 몇 개의 패키지 디자인을 납품했다. 해당 패키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11월 세계녹차협회에서 주최하는 월드그린티페스티벌에서 패키지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자신들이 디자인한 패키지와 매우 유사해 보이는 다른 기업의 녹차 패키지를 발견했다. 바로 대만계 차 프랜차이즈 ‘공차’ 매장에서다. 그는 표절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사과를 받기 위해 공차 코리아의 디자인 담당자에게 사과를 요청하고 판매를 중지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그날 공차코리아 담당 디자이너로부터 전화가 와서 미국 쪽(에 판매되는 패키지의) 디자인도 토탈임팩트 측에서 한 것이냐는 질문과 함께 일반적인 디자인인줄 알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공차코리아 측 마케팅 담당자와 미팅을 갖기로 했지만 몇 차례 무산이 되고 나서 결국 받은 최종 공식 입장은 결국 사과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차 부사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SNS에 최적화 된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었다. 그것을 단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을 뿐이다.
먼저 만나자 제안하고... 약속시간 3분전 전화해서 다음주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을때 역시 믿을만한 곳이 못된다는것을 알았습니다. 2014년 11월에 월드그린티페스티벌에서 패키지 대상을 받은 타바론의 상품을 그...
Posted by 차재국 on 2015년 8월 3일 월요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불과 이틀만에 약 700여건의 공유가 일어났으며, 1000여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그 이전에 차 부사장이 쓴 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대부분 표절은 대단히 미묘하다. 일반인은 물론 기자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온전히 업계 관계자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만이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으며, 실제 표절 여부는 법원이 가린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을 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예시로 든 몇 장의 사진에는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 들법한 유사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에는 공차와 타바론이 완성 검색어로 뜨기 시작했다. SNS 시대 페이스북 친구가 70명에 불과한 한 개인이 가진 힘이다.
차 부사장은 “해당 패키지는 우리가 타바론에 납품한 만큼 사실 일차적인 법적 의무나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무엇보다 창작자로서 사과를 받고 싶었고 카피된 제품이 시중에 팔리는 것이 싫어서 이러한 게시물을 직접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이러한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그대로 따라했으면서도 디자인이 더욱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좋아진 점도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편집자주 : 공차코리아 측에서는 현재 공식 입장을 준비 중이며, 전해지는대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